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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만 했을뿐인데”...SW저작권위반 합의금이 2억?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귀사 IP 주소에서 본사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저작권법위반으로 처벌되실 수 있으며, 처벌을 면하시려면 소프트웨어 정품 구매비용 8000만 원에 합의금 1억 2000만 원을 주셔야 합니다.”

최근 전기설비 관련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A사는 CAD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으로부터 소프트웨어 불법 사용에 관한 경고장을 받았다. A사가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정상적으로 구입된 제품이 아니므로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A사에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3개를 구입하고 별도 합의금을 지급하면 형사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합의를 유도했다. A사가 실제로 사용한 라이선스는 1개에 불과한데, 3개를 구입하자니 비용이 너무 컸다. 합의금도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A사는 합의를 할지, 정식재판을 청구해 법의 판단을 받아볼지 심각한 고민을 하면서 해결방안을 찾았다. 가장 큰 걱정은 정식 조사절차가 진행되면 A사의 대표가 직접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면 저작권자(개발사)는 침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침해자를 형사고소하여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침해 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 기업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저작권을 침해하곤 한다. 실무에서는 글꼴(폰트), 이미지 등과 같은 저렴한 저작물에서부터 라이선스 하나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설계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케이스가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에이앤랩 신상민 변호사는 “소프트웨어 저작권침해로 상담을 진행해보면 100만원 상당의 글꼴 소프트웨어를 침해해 내용증명을 받은 기업부터, CAD나 CATIA와 같은 고가의 프로그램 라이선스를 침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수억원에 달하는 소송을 당한 기업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권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민사소송은 물론이고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신 변호사는 설명했다. 침해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는 형사고소를 한 뒤, 합의에 이르면 고소를 취하하는 형태다.

신 변호사는 “저작권침해로 형사고소를 당하면 누구나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권리자가 요구하는 대로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합의를 할 의사가 있더라도 변호사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 저작권 침해 사안에서 합의는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앞서 A사를 고소한 법무법인은 형사고소와 동시에 1억 원을 넘는 합의금 및 프로그램 구매를 요청해왔다. 이에 대해 A사를 담당한 에이앤랩은 고소 대리인과의 긴 협상을 통해 최초 요구한 합의금 등의 손해배상금을 1/3 수준으로 감액시켰다.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기에 저작권침해 형사사건은 고소취하로 공소권없음 처분으로 종결됐다.

신 변호사는 “기업은 자사에 해당하지 않는 혐의로 고소한 것을 명확히 따져보고 합의에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임직원들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교육을 활성화하고, 분기별로 소프트웨어 전수조사 등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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