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카자흐스탄·러시아 등으로 채굴 지역 이동 - 업계 “GPU 공급난, 당분간 이어질 듯”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서버 및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가상자산 채굴량 급증은 이번 사태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5월 시장 분위기를 바꿀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이 가상자산 거래는 물론 채굴 활동까지 전면 금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GPU 수급이 비교적 원활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약 5개월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18일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의 ‘비트코인 채굴 지도’에 따르면 2021년 7월 해시레이트 순위에서 미국이 점유율 35.4%로 1위를 차지했다. 해시레이트는 가상자산 채굴 작업 속도를 나타내며 높을수록 채굴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카자흐스탄(18.1%)과 러시아 11.2%가 2~3위를 기록했다. 오랫동안 선두 자리를 지켜온 중국은 0.0%로 나타났다.
2020년 7월 기록을 보면 중국 66.9%, 미국 4.2%였다. 중국 정부 조치로 수개월 만에 점유율이 뒤집힌 셈이다. 채굴업자들은 작업을 중단하기보다는 전기료가 싼 다른 나라를 찾아 나섰다. 이번 사태 근원지가 중국에서 미국 카자흐스탄 러시아로, 이더리움에서 레이븐 등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가상자산 채굴량이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시장조사기관 다나와에 따르면 엔비디아 ‘GTX1660 슈퍼’는 80만~13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9년 출시 당시 30만원 내외에서 최대 4배 이상 뛰었다. 중고 제품마저 약 2배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엔비디아 다른 시리즈, AMD GPU 등도 몸값이 꺾이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유통 구조를 GPU 가격 급등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GPU는 제조사 – 수입사 – 총판 – 도매 – 소매 등의 단계를 거친다. 수요공급 불균형이 발생하자 중간 유통사에서 마진을 붙인 것으로 파악된다. 엔비디아와 AMD는 시장에서 판매되는 GPU 가격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GPU 구매 ‘포기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생산라인이 빡빡하기 때문에 GPU 생산량이 단번에 늘어나기는 힘든 구조”라면서 “당분간 GPU 공급난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