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티몬이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했던 기업공개(IPO) 계획을 잠정보류 했다. 2019년 롯데그룹과 협상 과정에서 매각이 결렬되고 올해 국내 상장도 고배를 마시게 됐다.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는 티몬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3일 티몬 측은 “올 초 회사 경영진이 교체되며 새로운 혁신과 서비스를 통해 더 좋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티몬은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를 주간사로 선정하며 올 하반기 목표로 상장을 추진해왔다. 지난 2월 3050억원 규모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자본결손금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교체하며 상장 시기도 재검토하게 됐다.
업계에선 티몬의 이 같은 행보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월 이진원 전 대표가 돌연 사임한 영향이 크다. 새로운 인물이 대표자리에 오르게 되면 전략 자체도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티몬은 지난 5월 전인천 빅히트엔터테인먼트(하이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표로 선임했다. 이어 지난달 콘텐츠 제작업체 아트리즈 장윤석 대표를 영입해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이례적 현상도 나타났다. 전인천 대표가 지난달 15일 취임 한 달여 만에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것. 티몬 측은 등기이사직만 내려놓았을 뿐 여전히 공동대표직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표가 자주 바뀌는 이미지가 부담일 수 있어 선택한 방안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는 쿠팡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계기로 국내 e커머스 업체들도 빠르면 빠를수록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의 때로 일컬어진다. 티몬은 지난해 상장 목표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티몬이 상장 계획을 잠정유보한 것은 결국 대주주들이 희망하는 기업가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대다수 e커머스 업체들이 수혜를 입은 것과 달리 티몬은 그렇지 못했다. 당시 티몬이 실적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서비스는 ‘타임커머스’였다. 타임커머스는 특정 상품을 한정된 시간에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특가 등을 내세워 거래량을 늘리고 고객들의 자체 앱 유입 비중을 높이긴 했지만 실적 부분에서 결과는 기대에 못미쳤다.
티몬 지난해 매출은 1512억원으로 전년대비 13.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631억3100만원을 기록했다. 이진원 대표 당시 티몬 최우선 과제가 ‘흑자전환’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뼈아픈 결과다.
현재 티몬은 타임커머스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콘텐츠 커머스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대표 직속 조직인 e커머스3.0, 이른바 ‘이삼팀’을 만들고 플랫폼 차별화를 위해 기존 서비스 재검토 및 신사업 발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티몬은 더 좋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때 IPO를 재추진한다고 했지만 업계에선 매각 가능성도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티몬 최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다. 사모펀드 특성상 티몬을 평생 보유하고 있을 수 없다. 기업가치를 높여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이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라면 IPO이든 매각이든 사모펀드 입장에선 크게 중요치 않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선 IPO뿐 아니라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염두할 수밖에 없다”며 “e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쿠팡·신세계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급박해진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마땅한 매물을 찾고 있다면 지난해 기준 추정 거래액 4~5조원인 티몬이 제일 매력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