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말레이시아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로 전국적인 봉쇄령이 내려진 탓이다. 현지 공장을 둔 반도체 및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체들에 불똥이 튀었다. 이들 제품에 대한 공급난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 AMD 텍사스인스투르먼트(TI) NXP 르네사스 등 50여개 반도체 회사의 패키징·테스트 라인이 말레이시아에 있다. MLCC 3위 업체 타이요유덴은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필수 업종을 제외한 사업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달 초부터 2주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여전히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00명에 달해 봉쇄조치를 연장했다.
반도체는 핵심 분야로 꼽혀 공장 가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부 인력의 출퇴근이 제한적이며 물류망이 셧다운 됐기 때문이다. 인텔은 반도체 패키징 50%를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하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등 수요 대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 조립·테스트 아웃소싱(OSAT) 1위 대만 ASE도 상황이 좋지 않다. 생산라인은 돌아가고 있지만 현지 직원 중 60%만 업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파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및 수탁생산(파운드리) 업계로 퍼질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더 심각하다. 인피니언 NXP 르네사스 등 빅3 업체가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미 품귀현상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공장 문을 수차례 닫았고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주요 제품 가격은 6배 이상 올랐다. 말레이시아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제너럴모터스(GM) 폴 제이콥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하반기 반도체 부족 등으로 인해 부담할 비용이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 증가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의 코로나19 확산세로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는 점은 새로운 악재”라고 말했다.
타이요유덴은 피해가 가장 크다. 지난 4일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14일까지 공장을 폐쇄했다. 문을 다시 열었으나 공장 재가동까지 시간이 필요한 데다 종업원 출근 제한까지 겹친 상태다. 타이요유덴은 MLCC 시장점유율 15% 정도를 차지한다.
이중 말레이시아에서 20%를 제조한다. 전 세계 물량 중 약 3% 내외가 생산 차질을 빚은 셈이다. MLCC 업계 역시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2분기 MLCC 가격을 10~20% 올렸다. 부족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급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는 시점에서 악재가 터졌다.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부품 가격이 추가 인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공장을 둔 삼성SDI 일진머티리얼즈 등 국내 기업은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 중이다. 주요 확산 지역과 거리가 있어 아직 영향권에 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