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 찾아온 가상자산 시장, 전 세계는 ‘규제 러시’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 가격이 지난주부터 하락세를 거듭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가상자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제도망 안에서 가상자산을 규제하던 국가들도 가상자산에 특화된 제도를 마련하려는 모습이다.
◆중국‧미국이 주도한 가상자산 규제 움직임
이번 하락장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규제는 중국에서 나왔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새 30% 떨어진 지난 19일 중국에선 3개 금융협회가 가상자산 금지 입장을 재차 강조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은 가상자산을 통한 송금을 금지하고 투기적 거래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으로, 크게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중국은 지난 2017 9월부터 가상자산 거래 및 서비스를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영향력 있는 기관들이 가상자산 금지 입장을 재차 강조한 만큼, 시장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지난 21일에는 류 허 중국 부총리가 주재한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에서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는 내용이 논의됐다. 국무원은 중국 최고 국가권력기관의 집행기관이다. 비트코인 채굴 시장에서 중국 채굴 풀들의 영향력이 큰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선 또 한 번 하락세가 있었다. 단속 뉴스가 나온 이후, 중국계 대형 채굴풀인 B.TOP은 중국 사용자들에 한해 채굴기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가상자산에 초점을 맞춘 세무 지침이 나올 예정이다. 지난 20일 CBNC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가상자산 1만 달러 이상 송금 시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세무 지침 강화안을 예고했다.
재무부는 이날 “가상자산 거래를 이용한 탈세 등 불법행위가 매우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국세청이 가상자산 전문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안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국내, 이달 들어서만 가상자산 법안 3건…제도화‧투자자 보호에 초점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법만 이달 들어 3건이 발의됐다. 지난 7일에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며 21일에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발의안을 냈다. 모두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만 시행된 상태다. 때문에 이달 발의된 세 법안은 사업자뿐 아니라 가상자산 자체를 제도권 내로 편입하고, 이용자(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안 별로 세부 조항의 차이는 있으나 큰 틀은 비슷하다. 앞선 특금법처럼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당국에 영업을 신고해야 한다. 이 때 신고만 하면 되는 신고제는 김 의원 발의안에 담겼으며, 이 의원과 양 의원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인가제로 규제를 한 층 강화했다.
또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고객 자금과 사업자 고유 재산을 분리해 보관하고, 고객에게 일정 정보를 알려줄 의무를 지는 등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도 세 법안에 모두 포함됐다.
아울러 가상자산 시세조종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이 세 법안에 모두 담겼다. 이 의원 발의안은 시세조종 시 부당이득분 아니라 조종에 쓰인 자금까지 몰수할 수 있도록 했으며, 김 의원 발의안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담았다. 양 의원 발의안은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포함했다.
◆규제 리스크가 FUD 촉발…“장기적으로는 제도권 편입 긍정적”
이번 전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으로 시장에 FUD가 생겼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두려움(Fear), 불확실성(Uncertainty), 의심(Doubt)’의 약자인 FUD는 하락장에서 가격이 더 내려갈까봐 걱정하면서 자산을 내던지게 되는 심리를 뜻한다,
중국 규제는 암암리에 이루어지던 가상자산 거래까지 뿌리 뽑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며, 미국 규제 역시 가상자산 수요 감소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가상자산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것인 만큼 긍정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24일 ‘테크핀 vol.10’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은 전망을 밝혔다.
한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국내에서도 입법안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이로 인해 일시적인 변동성 확대도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제도권에 편입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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