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 간 '오더북 공유' 길 열렸다…요건 충족 시 제한적 허용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당초 금지됐던 가상자산 거래소 간 오더북(거래장부) 공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오더북 공유를 무조건 막는 것은 지나치다는 업계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감독규정’ 일부 개정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오는 1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다. 이는 다음달 25일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감독규정으로 위임하고 있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한 것이다.
◆일정 요건 충족 시 오더북 공유 가능
기존 공개된 특금법 시행령에선 ‘다른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고객이 다른 사업자의 고객과 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는 오더북 공유를 뜻한다. 해당 내용에 따라 에이프로빗 등 가상자산 거래소는 해외 거래소와의 오더북 공유를 중단했다. 또 바이낸스KR은 오더북 공유 중단 시 거래량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폐업을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지나치다는 업계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금융위가 개최한 특금법 시행령 공청회에서도 오더북 공유를 금지할 시 해외로 국부가 유출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국내 거래소들이 오더북 공유를 통해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막으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갈 것이란 지적이다.
규제당국은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오더북 공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공유를 위해선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오더북 공유 대상 거래소)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인·허가등을 거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는 사업자일 것 ▲가상자산사업자는 자신의 고객과 거래를 한 다른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등이다.
◆다크코인 금지‧원화 입출금 없으면 은행 계좌 불필요
이날 발표된 내용에는 의심거래보고(STR) 기한을 명확히 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존에는 ‘지체없이 보고’로만 명시돼있었으나, ‘영업일 3일 이내 보고’로 기한이 명확해졌다.
가상자산의 가격산정 방식도 마련됐다. 매매·교환 거래체결 시점에서 가상자산사업자가 표시하는 가상자산의 가액을 적용, 원화 환산 금액을 산출한다. 고객으로부터 가상자산의 전송을 요청 받거나, 가상자산을 수취할 때 이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일명 ‘다크코인’ 취급 금지 ▲원화입출금 없을 시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불필요 등 기존 시행령에 담긴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가상자산과 금전 간 교환이 없는 경우, 즉 원화 입출금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지 않아도 된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AML 시스템 등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감독분석원(FIU)에 신고 후 영업해야 한다. 이 때 원화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의 경우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도 발급받아야 한다. 현재 실명계좌가 있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4곳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 특금법에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다음달 25일부터 신고·고객확인·STR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며 “다만 실질적으로 신고 수리 이전에 이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신고 수리 이후부터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토록 하고, 검사·감독 등도 신고 수리 이후부터의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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