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더 내라” 지상파, 케이블에 VOD 중단 압박…손 놓은 정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TV에 VOD 공급 중단을 통보하며 사실상 재송신수수료(CPS) 인상 압박에 들어갔다.
케이블TV는 시청자를 볼모로 한 협상 방식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장 다음주 중으로 블랙아웃이 예고됐지만, 정부 중재는 공백인 상황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S·MBC·SBS 등 지상파3사는 최근 LG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에 VOD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LG헬로비전에는 이달 15일부터, SK브로드밴드에는 18일부터 신규 콘텐츠 VOD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실상 지상파 방송사들이 케이블TV에 CPS 인상을 요구하기 위해 내민 카드다. 양측이 통상 3년 단위로 체결하는 CPS 계약은 지난 2018년말 종료된 이후 2019년부터 인상률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지상파는 공문에서 이들 업체가 1년 이상 CPS 계약을 맺지 않고 콘텐츠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상파3사는 두 업체에 2019년~2021년분 CPS를 매년 전년대비 5% 인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는 앞서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IPTV사들과 CPS 계약을 완료한 뒤, 각 회사에 인수합병된 LG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케이블TV(구 티브로드)에 먼저 CPS 계약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와의 협상 결과를 토대로 다른 케이블TV 업체에도 연달아 CPS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케이블TV 업계는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가 협상력 우위를 앞세워 과도한 CPS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의 일방적인 CPS 협상이 거의 10년째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청자와 이용자를 볼모로 삼아 협상을 요구하고 콘텐츠 사용료를 결정하는 방식은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수수료 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정부의 실질적인 중재력이 못 미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방송사업자간 분쟁을 조정하고 있지만, 위원회는 관련 사업자의 요청이 있어야만 열리는 데다, 중재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 수준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사업자간 수신료 분쟁은 자율 계약의 영역이다보니 정부가 권고는 할 수 있어도 강제할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지상파방송사에 대한 민감한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과거 딜라이브와 CJ ENM 등 케이블TV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간 분쟁에는 인허가권을 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청자 보호를 명분으로 적극 나설 수 있었지만, 유독 지상파 CPS 분쟁에는 사업자간 사적계약을 강조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케이블TV업계는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정부가 중재 및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시청보다 VOD 이용자가 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지상파의 VOD 공급 중단은 실시간 채널 중단에 준하는 파급력을 가진다”면서 “현행 제도상으로는 VOD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없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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