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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전 국민이 애청하는 ‘유튜브 엔드게임’

이대호
넘쳐나는 정보 속 쉬이 지나칠 수 있는 기술 이슈를 재조명합니다. 뛰어난 기술과 함께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정보기술(IT) 현안을 분석하고 다시 곱씹어볼 만한 읽을거리도 제공합니다. 기술과 세상이 만나는 지점을 따스한 시각으로 ‘클로즈업’하는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마블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보면, 어벤저스가 악당 타노스를 이길 확률이 ‘1400만605분의 1’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제로(0)에 수렴하는 불가능으로 볼만한 수치이나, 어벤저스는 아이어맨 등의 활약과 희생으로 타노스를 물리친다.

영화를 떠나 현실로 돌아와도, 엔드게임이 상영 중이다. ‘유튜브 엔드게임’이다. 개봉한 지 꽤 오랜 기간이 지났으나, 영화가 끝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현실 속 엔드게임에선 유튜브가 어벤저스이자 타노스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국내외 수많은 동영상 플랫폼이 유튜브 하나를 이길 확률은 어떻게 될까. 좀처럼 계산이 되지 않는다.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제 엔드게임(종반전)을 지나 사실상 피니시드게임(FINISHED GAME, 끝난 게임)으로 볼만한 시장조사 수치가 나왔다.

◆대한민국 인구 83%가 유튜브 본다

아이지에이웍스가 모바일인덱스 솔루션을 통해 ‘유튜브 앱 사용자 현황’ 데이터 분석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분석 기간은 2020년 9월 한 달간, 일평균 4000만 모바일 기기의 20억건 데이터(안드로이드, iOS 통합)를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국내 사용자수(MAU)가 4319만명을 돌파하면서, 우리나라 국민 83%가 한 달에 약 17일, 30시간 가까이 유튜브 앱을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통계포털(KOSIS) 2020년 추계 기준, 대한민국 인구는 5178만명이다.

9월 기준 유튜브 앱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은 29.5시간으로 국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시간(12시간)의 약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네이버(10.2 시간)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무서운 점은 10대의 ‘유튜브 사용일 수’다. 낮은 연령대일수록 유튜브 앱 사용일 수가 높다. 모바일인덱스 분석 결과, 9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사용일 수를 보인 연령층은 10대로 월평균 사용일수 20일을 기록했다. 이어 20대(19.1일), 30대(16.7일), 50대(16.3일), 40대(16.1일), 60대 이상(15.8일) 순으로 사용일 수 감소세를 보였다.

◆유튜브 초격차, 4년 전 네이버 추월…3배 성장

닐슨 코리안클릭 조사결과에선 ‘유튜브 초격차’는 물론 ‘페이스북 초격차’도 확인된다. 우선 지난 9월 기준 유튜브는 국내 월간 이용시간 약 440억분(안드로이드 앱 기준)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포털로 일컬어지는 네이버(약 170억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약 280억분)을 크게 앞서며 초격차를 벌렸다. 약 4년 전인 2017년 12월, 약 150억분으로 네이버(약 147억분)를 처음 추월한 이후 3배에 다하는 성장세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월간 총 이용시간은 한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머무르는 총 시간을 합산한 지표다. TV 시청률과 같은 척도로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선 이용자에게 무한한 선택지가 제공되고 플랫폼으로의 출입과정에 어려움이 없으므로, 온라인 사업자의 규모를 파악하는 전통적 지표인 ‘순이용자수’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흡입력을 방증하는 ‘총 이용시간’ 역시 플랫폼 영향력을 확인하는 척도로서 꼽힌다.

이용 시간 기준으로 보면 국내 플랫폼의 위태로운 지형도가 재차 확인된다. 닐슨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8월, 방문당 체류시간 1.45분(안드로이드 앱 기준)을, 페이스북은 3.7분을 기록했다. 휴대폰을 길게 사용하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페이스북을 활용한 소통이 이뤄진 영향이다.

방문당 체류 시간이 가장 긴 플랫폼은 역시 유튜브(11.62분)였다. 국내 최대 포털이라고 일컫는 네이버(3.26분)에 3배가 넘는 수치다. 방문당 체류시간과 방문 횟수를 함께 고려한 월간 총 이용시간에서도 유튜브가 국내 사업자와의 초격차를 벌리고 입지를 공고히 다지는 형국이다.

◆‘영상서 검색, 쇼핑까지’ 영역 넒히는 유튜브

유튜브는 영상 플랫폼이자 검색 플랫폼, 최근엔 쇼핑 플랫폼으로도 변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플랫폼 입장에선 유튜브 플랫폼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영상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는 검색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지난 6월부터는 자체 쇼핑 기능인 ‘유튜브 쇼핑 익스텐션’을 시범 도입하고 있다. 유튜브는 거대한 이용자 층과 두터운 충성 이용자 층 그리고 전 세계에서 수급하고 있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국내의 검색, 쇼핑, 음악 등 모든 시장을 통합해 1위 사업자로 등극해가고 있다.

◆구글도 할 말 있다는데, 여타 플랫폼 업체는?

지난 7월, 미국 의회 청문회장에 선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극심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항변했다. 물론 세계 최대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는 구글의 이와 같은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는 시선이 많았으나, 역설적이게도 플랫폼 업계가 공감했다.

플랫폼 시장은 제조업 시장과 달리, 한 서비스의 이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옮겨가는 데 전환 비용 없이 클릭 한 번이면 가능하다. 항상 치열한 경쟁이 필요한 시장이다. 독점의 지위를 기존과 같은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점을 구글 경영자가 역설했고, 플랫폼 업계가 공감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타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구글도 극심한 경쟁이라는데, 우리는 오죽할까’라는 얘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인터넷 역사로도 증명된다. 2004년 당시 국내 최대 검색 사업자였던 ‘다음’은 사용자제작콘텐츠(UGC)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네이버’에 자리를 내줬다. 2000년대 후반 명실상부 국내 최다 이용자를 보유했던 SNS ‘싸이월드’는 이용자가 ‘페이스북’을 위주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시장에서 도태됐다.

◆이대로 끝난 게임? ‘국내 1등 잡기’부터 멈춰야

국내 플랫폼 업계에선 현재 플랫폼 사용자 수나 매출액에 매몰돼 ‘1등 잡기’ 행보를 취하고 있는 국회와 정부에 우려스러운 시선이 쏠린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확인된 부분이다. <관련기사: [국감2020] 구글 잡자더니 네이버 잡았네>

업계에선 전통적인 ‘지배력 판단’의 시각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가변성이 특징이자 국경이 없는 플랫폼에 제재를 가하면, 후발주자들의 발까지 묶어 산업 전반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계는 이미 국경이 사라졌고, 점차 업종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음에도 배달업, 커머스업 등 관례적인 구분 하에 매출액, 이용자 수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판단하는 전통적 시각은 현실에 맞지 않는 기준”이라며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조차 경쟁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 국내 사업자 간 ‘1등 잡기’는 국내 플랫폼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낮출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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