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디스플레이 시장이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위주로 변하고 있다. 기술완성도와 수율이 높아져, 활용도는 상승하고 가격은 하락한 덕분이다. 수율을 향상하는 데 ‘리페어 장비’는 핵심역할을 맡는다. 국내 장비업체 참엔지니어링은 해당 분야 국산화에 성공, 세계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참엔지니어링은 지난 2000년 6월 설립된 회사다. 당시 디스플레이 검사장비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기존 업체들의 경쟁력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품질테스트 다음 단계에 집중했다. 검사의 주요 목적은 불량 유무 확인이지만, 어느 공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참엔지니어링은 여기서 발견한 케이스들을 연구하면서, 레이저 리페어 장비를 개발했다.
지난달 경기도 용인 본사에서 만난 참엔지니어링 관계자는 “2002년 삼성에 처음으로 리페어 장비를 넣고 중국, 대만, 일본 등까지 납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레이저 리페어 장비는 디스플레이 백플레인을 수리하는 제품이다. 백플레인은 박막트렌지스터(TFT)와 기판으로 구성되고, TFT는 디스플레이 기본 단위 RGB(레드·그린·블루) 픽셀을 제어한다. 빛의 밝기를 조절하는 전기적 스위치 역할이다. 참엔지니어링의 장비는 TFT가 위치한 기판 내 금속 이물 등을 레이저 및 초정밀 광햑계 등을 활용해 제거한다. 불량 디스플레이를 양품으로 만들어, 수율을 올려주는 과정이다. 참엔지니어링은 디스플레이 셀과 모듈을 수리하는 장비도 공급 중이다.
같은 리페어 제품이더라도 코발트 레이저 화학기상증착(Co CVD) 장비, 전기수력학(EHD) 잉크젯 리페어 장비 등으로 종류 나뉘고, 업체나 공정마다 요구하는 스펙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참엔지니어링은 CVD 리페어, 일반 리페어, 셀·모듈 리페어 장비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각각 70.76%, 39.34%, 79.97%로 압도적인 선두다. 경쟁사로 일본 브이텍, 국내 HB테크놀러지, LG전자 생산기술원 등이 있지만 관련 분야에서 참엔지니어링과 격차가 크다.
확실한 무기가 있지만, 한동안 경영권 이슈로 회사가 어수선했었다. 지난 2014년 최종욱 전 대표와 창업주인 한인수 전 대표가 서로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 분쟁이 발생했다. 이듬해 한 전 대표가 임시 주총에서 물러났고, 최 전 대표도 검찰에 기소되는 등 승자 없는 싸움으로 끝났다.
이후 김인한 전 대표가 유성건설과 함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16년 3월부터 회사를 이끌다가, 2017년 12월 아들인 김규동 대표에 경영권을 넘겼다. 현재까지 김규동 대표가 회사를 경영하고 있으며, 김 전 대표는 지난달 말 기준 지분 25% 이상을 확보, 김규동 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경영 관련 분쟁이 끝나면서, 참엔지니어링은 신사업 준비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접는(Foldable) 디스플레이 비전 검사기, LCD 컬러필터 및 OLED 폴리이미드(PI)층 리페어 장비, 미니·마이크로LED 리페어 장비 등이 대상이다. 특히 마이크로LED 리페어 장비는 오는 2024년부터 시장 규모 1조원 이상을 성장할 전망이다.
참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리페어 장비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는 만큼, 신사업으로도 넘어갈 수 있는 길이 많다”며 “레이저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LED 리페어 장비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참엔지니어링은 2020년에 누적 장비 판매 2000대를 돌파했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장비 물량도 늘어나면서, 이뤄낸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