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연내 중저가 요금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5G 투자 부담에 코로나19 유탄을 맞고 있는 통신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요금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의 줄다리기가 재현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개최한 범부처 5G+ 전략회의에 참석한 구현모 KT 대표는 중저가 5G 요금제를 언급하며 “가입자 수와 네트워크 구축상황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사 CEO가 중저가 5G 요금제 현안을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 역시 다양한 가격대의 5G 스마트폰을 올해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5G+ 전략회의에 자리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은 “5G용 중저가 스마트폰을 연말까지 2~3개 정도 낼 것”이라며 4~5월께 50만원대 중저가 5G폰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통신사들의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적극 유도해왔다. 최기영 장관은 통신3사 CEO 간담회에 이어 올해 1월 열린 신년간담회에서도 “통신사에 부담이 될 수는 있으나 5G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중저가 요금제가 출시돼야 한다”면서 알뜰폰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요금제 출시를 통신사에 주문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통신사들은 올해 들어 알뜰폰에 5G망을 확대하는 한편 특정 세대를 겨냥한 4만원대 5G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했다. 지난해 일찌감치 월 4만5000원대 청소년·시니어 요금제를 마련한 LG유플러스에 이어 최근 SK텔레콤과 KT가 각각 ‘0틴 5G’(4만5000원), ‘5G Y틴’(4만7000원) 등 청소년 전용 요금제를 선보인 상황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선보인 4만원대 요금제는 LTE 요금제에서의 중저가 요금제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현재 전용 상품을 제외한 5G 최저 요금제는 5만5000원이다. 대규모 5G 투자 누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통신사들이 해를 넘겨 중저가 5G 요금제를 출시할 가능성도 점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과 추가 지출도 변수다.
실제 통신업계는 초기 5G 투자 비용을 고려해 당장은 LTE보다 최저 요금 구간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3사는 5G 상용화 이후 무선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5G망 구축 비용에 대한 감가상각이 채 진행되기도 전에 요금제 인하를 논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통신3사는 코로나19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상반기 투자 규모를 2조7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늘렸다. 전국 유통망과 네트워크 협력사들에 대한 지원도 3000억원 수준으로 조기 집행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5G 단독모드인 SA 구축과 28GHz 대역 상용화를 위한 투자 집행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 5G 마케팅과 투자에 제동이 걸렸고 해외에서는 5G 상용화 시기 자체를 늦추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만 통신비 인하를 요구할 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에서 5G도 LTE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중화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고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5G 활성화에 나설 경우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반기 SA 상용화에 하반기 28GHz 실증 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나 파격적 행보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승부수를 띄울 경우 중저가 구간에서의 통신사 경쟁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