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엑사스케일 시대, 글로벌 난제를 위해 슈퍼컴이 나아가야 할 방향
글: 신규식 레노버 글로벌 테크놀로지 코리아(DCG) 대표이사
데이터 분석, 예측 모델 계산, 실시간 위험 분석, 모델링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이를 실행시키기 위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되고 있다.
또한 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고성능컴퓨팅(HPC ; High-performance Computing)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고성능컴퓨팅 산업에 24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며, 국내 AI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 작년의 두 배 규모인 20종에서의 6000만 건 이상의 머신러닝용 데이터를 구축·개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PC 산업과 연관된 산업 군에 종사하고 있다면, 현재 각국의 정부와 관련 연구원들이 엑사스케일 컴퓨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척도에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HPC 분야 강자인 미국과 중국은 엑사스케일급 슈퍼컴퓨터를 모두 HPC와 AI를 겸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엑사스케일 시대에 대비해 수천~수만 대 컴퓨팅 노드를 연결하고 대규모 성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시스템 확장성과 안정성, 최적화 기술 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엑사스케일은 초당 100경 번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는 페타스케일 컴퓨터의 1000배에 이른다. 엑사스케일급 머신은 인간 두뇌와 비슷한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잠재적으로는 신경망과 같은 인공지능 활동 지원이 가능하다.
기술 자체가 뛰어나다는 점 외에도 해당 기술이 주목 받는 이유는 오늘날 인류 사회에서 매우 비중 있게 다뤄지는 문제들을 해결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존하는 컴퓨터가 해결 가능한 범위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HPC가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기상 예측 및 의료와 같은 중대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그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가까이에 와 있는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가뭄 또는 쓰나미 등과 같은 극심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다. 날씨 예측에 대한 정확도는 컴퓨터의 처리능력과 이용 가능한 데이터 양에 따라 달라진다.
글로벌 풍력발전 기업 베스타스(Vestas)는 이미 몇 년에 걸쳐 풍력 터빈에 가장 효과적인 위치를 계산하기 위해 대기압에서 풍속까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이 기업은 빅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을 응축된 데이터 및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날씨 데이터에 적용함으로써 보다 역동적인 예측 모델을 설계해 영국의 국가 기상청과 같은 수준의 정확도를 실현해 낼 수 있었다.
컴퓨터의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전세계의 기상 예측 정확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를 들어 페타스케일 컴퓨팅을 사용하면 서울의 날씨를 예측할 수 있지만, 엑사스케일로 나아갈 경우 이보다 더 상세한 구역이나 도로 별 날씨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HPC는 앞으로 몇 년 동안 기후변화에 적응해 살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의료 분야도 빠질 수 없다. HPC 기술은 현재 망막 질환 및 암 치료와 같은 분야의 의료 진단과 치료 개선을 돕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평균 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의료 분야의 니즈 또한 복잡해지고 있지만 그 속도는 헬스케어의 수준이 이를 뒤쫓아 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HPC는 질병 진단을 개선 및 가속화할 수 있으며 심지어 컨설턴트가 가장 적합한 치료 경로를 찾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HPC가 지원하는 머신러닝 시스템은 더 넓은 데이터 세트와의 비교를 통해 환자 스캔과 같은 이미지 내의 특이사항을 식별하도록 훈련될 수 있다.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Barcelona Supercomputing Center)는 망막 질환을 더욱 빨리 발견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분석 모델을 사용해 벤치마크 속도에서 11.1 페타플롭(Petaflops)을 기록한 유럽 내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중 한 대를 이용, 고성능컴퓨팅 클러스터를 통해 환자의 눈 스캔본을 처리했다.
당뇨병성 망막증에서 시력 감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망막 질환을 진단하는 것이 목표인데, 대부분은 심층 신경망을 머신러닝에 적용할 충분한 이미지가 확보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연구원들은 제한된 데이터 범위에 더 큰 데이터 세트의 훈련 모델을 재사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머신러닝 접근법은 추후 모든 종류의 질병 진단에 적용시킬 수 있을 것으로 밝혀져 큰 시사점을 남겼다.
한편, 엑사스케일의 도입에 따른 도전 과제도 생겼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데이터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해졌다. 더 많은 전력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 소비를 의미하며, 각 조직에게는 사회적 측면을 고려해 시스템을 보다 에너지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또 하나의 도전 과제가 주어졌다.
일부에서는 공기와 액체의 사용을 이용한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를 일부분 해결하고 있다. 레노버의 경우,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춰 에너지 소비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냉식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냉각을 위해 공기 대신 물을 사용한 방법으로 열을 효율적으로 방출해 냉각팬이나 냉각기가 따로 필요하지 않은 방식이다.
예를 들어, 레노버가 제공하는 수냉식 냉각 기술은 프로세서와 랙을 냉각팬이나 냉각기 없이도 적정 온도를 유지시키며, 냉각수 폐열을 난방 열원으로 변환시켜 전체 캠퍼스 난방에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 독일 라이프니츠 슈퍼컴퓨팅 센터(Leibniz-Rechenzentrum, LRZ)에서는 이 수냉식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전력 소비를40%나 절감했다.
이처럼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의 이점을 누리는 동시에 차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 또한 고려하자면, 우리 모두가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이면서도 바람직한 방법으로 이용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내 글로벌 HPC 시장이 엑사스케일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를 선도하는 주요 관련 기업은 이를 달성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발전 자체에 더해 기후 변화, 질병 진단, 또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소비 등 HPC 영역에서 다룰 수 있는 중요한 글로벌 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 및 응용은 IT업계 및 관련 기술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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