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 수출규제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정부는 소부장 업체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이다. 그러나 업계는 아직 체감을 못하고 있었다. 정부와 기업 간 의사소통 부재, 편중된 지원책 등을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소부장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2001년 제정된 관련 법을 18년 만에 대상과 기능, 방식, 체계 등을 전면 개편했다. ▲소부장 산업의 핵심전략기술 선정 ▲특화선도기업 등 선정 및 육성 ▲수요 창출 등 소부장 산업 전 주기 지원 등의 내용을 담았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각 부처에서 소부장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소부장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총 5조원 예산을 투입한다. 세제혜택과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R&D) 시설투자 등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한다. 전용펀드를 조성, 중소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내년 소부장 지원 예산으로 1조2780억원을 책정했다. 올해 대비 90.8% 늘어난 수준이다.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예산은 2배 이상 많아졌다. 과기부는 소부장 기술특별위원회를 개최, 규정 개정에 나선다. 중기부는 소부장 중소기업 지원 자금이 조기 집행되도록 체계를 개선했다. 정책자금도 9200억원 증액, 소부장 지원에 중심을 뒀다.
정부와 국회는 자금 조달, 제도 개선 등 다방면으로 소부장 업체를 도우려 하고 있다. 문제는 현장의 반응이다. 여러 지원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당사자인 기업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지원받았다는 업체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정책이 있어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며 “복잡한 지원절차, 기업 정보 공개 등 때문에 지원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관계자는 “지난 7월 이후 수많은 설문조사, 간담회 등이 진행됐다. 기업들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였지만, 실질적으로 피드백 받은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례적이거나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다는 의미다.
특정 분야 우수업체, 대기업 계열사 등은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검사부품 업체 관계자는 “자금 지원 심사 과정에서 ‘이 정도면 지원금 안 받아도 되는데 왜 신청하셨어요’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1등 하는 회사는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배분이 아닌, 효율과 중요도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들은 일시적인 정책보다는 장기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다른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관계자는 “누구 하나만 중요성 인식해서 될 문제가 아니만큼 정부와 기업은 물론 기업 간에도 협력이 필요하다”며 “일본이 소부장 경쟁력 갖게 된 것은 1~2년 만에 된 게 아니다. 수십 년간 노력의 결과다. 정권에 따라 지원책이 달라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