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전세계에서 주목하는 차세대 산업 ‘자율주행’에 KT도 뛰어들었다. KT는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 간 양방향 통신을 할 수 있는 도로 인프라 ‘C-ITS’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며, 자율주행 청사진에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사업에서 쌓아올린 강점을 기반으로 안전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관련 플랫폼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로드맵까지 세웠다.
최강림 KT 커넥티드카 비즈센터장<사진>은 최근 서울 광화문 KT 이스트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변화는 확실히 온다. 시점과 형태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며 “KT는 서비스 플레이어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돕는 기업(B2B) 플랫폼 사업자가 될 것이며, 자율주행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KT,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1000km 무사고…C-ITS 보폭 확대=KT는 미래교통사업에서 다수의 실적을 올렸다. KT에 따르면 ▲경찰청 인공지능(AI) 기반 신호제어시스템 ▲산자부 딥러닝 기반 개방형 EV 차량 플랫폼 ▲과기정통부 기가코리아 ▲중기부 세종시 규제자유특구 ▲국토부 도심도로 자율협력주행 ▲제주 C-ITS ▲대구 테크노폴리스 ▲판교제로시티 ▲K-시티, 총 9개 사업을 수주했다.
최 센터장은 “KT 자율주행 45인승 버스 기준으로, 누적 약 400시간 1000km에 달하는 기록을 세웠다”며 “대고객 서비스 최다 운행이다. 운전자 개입 없이 일반인을 태운 후 차선 이탈조차 없는 무사고 자율주행 400시간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KT는 각 지역별 C-ITS 테마에 맞춰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은 도심에서의 교통 변화와 안전한 자율주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며, 제주에서는 렌터카를 사용하는 방문객 대상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KT는 제주에서 약 3000대 렌터카를 확보해 C-ITS에 단말정보를 표출시켜, 주변 교통정보 등을 알린다. 이에 더해 KT는 울산, 광주, 대구에서도 C-ITS 사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최 상무는 “울산은 대표적 산업도시라 화물차가 많아,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도로 파손 등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 등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파악할 수 있다”며 “광주는 고령운전자 특성을 보여,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돕겠다. 대구에서는 교통약자 대상 퍼스널 모빌리티를 계획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각 지역별 사업에서 볼 수 있듯, 자율주행의 중요한 키워드는 ‘안전’이다. 이에 네트워크 안정성과 지연 감소를 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가진 5G를 접목할 수밖에 없다. KT는 5G 패스트넷(FAST.NET) 기술을 통해 데이터 전송 경로를 단축하고 전용 대역폭을 확보해 자율주행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상무는 “KT는 10ms(밀리세컨, 1000분의 1초) 이내로 지연을 줄인 새로운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를 다음 달 선보일 것이며, 대구에서 진행하는 자율주행 교통사업에 적용할 것”이라며 “엣지통신센터와 클라우드를 활용해 지연, 전력소모량을 줄였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협력 더해 시장점유율 88%까지 올린다=KT는 이러한 미래 교통산업 인프라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글로벌 수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KT는 현대자동차 등 14개 차량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사에 통신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 중 11곳이 해외 기업이다.
최 상무는 “KT는 글로벌 OEM 차량 제조사에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독일 자동차 회사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온라인 내비게이션 환경을 함께 연구하는 곳도 있으며, 차량 내 미디어플랫폼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SK텔레콤과 싱클레어 협력 이상의 차량 특화 서비스를 개발해 내년에 상용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차량 내 미디어플랫폼의 경우, 가족 구성원이 차량 내 각자 화면에서 동일한 또는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으며 스크린을 미는 동작을 통해 옆 좌석으로 해당 화면을 공유할 수도 있다. 이는 네트워크 부하와 연관돼 있는 만큼, 5G를 통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내비게이션 ‘원내비’는 소비자(B2C)보다는 차량 내 탑재되는 B2B 사업으로 변화를 꾀했다. 향후 자율주행까지 제조사와 협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 88%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상무는 “KT는 차량 관제 분야 시장점유율 47%를 차지하는데, 택시결제기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차량 제조사에만 들어가는 부분만 보면 76% 점유율에 달한다. 내년까지 글로벌 기업들과 교통분야 서비스 출시 계획이 계속 예정돼 있고, 88%까지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라며 “경쟁회사는 SK텔레콤‧KT가 아니며, 비교당하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라고 발언했다.
이와 함께 최 상무는 정부에서 미래교통사업 등을 추진할 때 글로벌 기업도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내 기업이 한국뿐 아니라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최 상무는 “독일의 경우 자동차 제조 능력을 뛰어나지만 5G는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며 “정부가 한국기업에 제한하지 않고 글로벌 차량 제조사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C-ITS 사업 등의 문을 여는 것도 고려했으면 한다. 한국에서만 개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 및 해외 국가 등에 적용되는 큰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용이 아닌 국가 단위 표준을 정립해 전세계 표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안전규격 등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이슈와 맞물린다. 다양한 차량 기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규제가 정비돼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한편, KT는 ‘5G 모빌리티 메이커스’를 통해 자율주행 관련 대‧중소기업들과 협력하는 허브를 만들고 있다. KT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등을 제공하고 스타트업 또는 써드파티 파트너 등은 이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는 자율주행 관련 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제한된 협력 기업에게만 1차 버전을 공개한 상태며, 내년까지 100여개 기업으로 늘릴 예정이다. 내년 이후에는 오픈소스로 공개한다. 현대자동차도 차량 데이터 오픈 플랫폼의 개발자 포털인 ‘현대 디벨로퍼스’를 출범했는데, KT와 차량 및 인프라 데이터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