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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TV전쟁, 왜?…8K 생태계 미흡 ‘발단’

윤상호
- 8K 방송 국제표준 ‘아직’…양사, 관계사 수익성도 변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를 두고 연일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LG전자가 공격, 삼성전자가 수비다. 8K TV 생태계와 마케팅 빈틈을 파고 들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명분으로 했다. LG전자는 확전을 바라고 삼성전자는 종전을 원한다. 양사의 전쟁이 국내와 해외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LG전자는 “삼성전자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TV는 LCD TV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라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삼성전자 QLED TV 광고가 소비자 오인을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QLED TV는 액정표시장치(LCD)TV 기반이다. LCD 패널에 퀀텀닷(QD) 필름을 부착했다. LG전자는 ‘QLED라는 명칭 탓에 LCD TV가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올레드) 같은 자발광TV로 오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한 동영상을 온라인을 통해 배포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 2019년형 초고화질(8K)TV도 문제 삼았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9’에서 ‘삼성전자 8K QLED TV는 8K가 아니라 4K’라고 비판했다. LG전자 8K TV와 비교 시연했다. 17일에는 국내 기자 대상 설명회를 가졌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 ‘디스플레이표준평가법’ 화질선명도(CM) 기준을 근거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한 차례 공개 대응 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전자는 “8K협회 회원사로 ISO기준을 충족시키는 8K TV를 판매하고 있으며 55에서 98형까지 풀라인업을 구축해 8K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의 8K 시장 참여에 대해서는 적극 환영하나, 건강한 8K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업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표준을 확립하고 최적의 8K환경을 제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강공과 삼성전자의 미온적 대처는 TV시장 상황과 연관이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세계 TV시장 13년 연속 1위다. LG전자는 2위다. LG전자는 올레드TV 선두다. 삼성전자와 차별화를 위해 올레드TV를 택했다. 2016년부터 4K 전환과 물려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8년 TV사업을 하는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는 연간 최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등은 지켰지만 수익성은 LG전자에 비해 낮아졌다. 경쟁사 대부분은 LG전자처럼 올레드TV를 주력으로 했다. ‘올레드TV=프리미엄TV’ 분위기는 삼성전자에게 불리했다.

8K QLED TV는 삼성전자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꺼낸 카드다. TV용 올레드 패널은 LG디스플레이만 만든다. 대형 올레드는 아직 다양한 크기 8K 양산 능력이 없다. 일부 공급 패널도 가격이 높아 대중화가 쉽지 않다. LCD TV는 다르다. 4K TV보다는 비싸지만 올해 들어 전체 제품군 대응력을 갖췄다. ‘8K TV=프리미엄TV’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 경우 흐름을 타던 LG전자 TV 사업은 물론 LG디스플레이 실적 개선까지 지연할 우려가 생겼다. 올해 들어 LG전자 HE사업본부는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과 영엽이익률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8K LCD TV 시장보다 4K 올레드TV 시장이 유지돼야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8K TV 논란 확대는 8K TV 시장 부상을 늦출 수 있는 변수다.

한편 8K TV 논란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TV업체 경쟁 외에 8K 생태계가 초기 단계인 것도 원인이다. LG전자가 해상도 갈등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8K TV는 방송표준 등 정해진 국제 규격이 사실상 없다. 8K 협회는 삼성전자가 주도한 민간단체다. LG전자는 참여치 않았다. 국내 지상파 4K UHD 방송표준이 정해진 것은 2016년이다. 새 표준을 따른 TV는 2017년부터 나왔다. 이전까지 국내 4K TV를 구매한 소비자는 손해를 봤다. 8K TV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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