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 수출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설문조사, 간담회 등을 통해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각종 지원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정부의 노력에도 아쉬운 부분은 존재했다. 업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편중된 지원책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일본의 조치가 시작된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여러 기관에서 설문지를 받았다.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다만 취지와 달리 담당 관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바쁜 와중에 설문지들을 성심성의껏 작성해서 보냈지만, 특별한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이다.
간담회 역시 마찬가지다. 반도체 소재업체 관계자는 “각 부처, 협회 등에서 개최하는 행사 참석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애로사항 이야기하면 ‘반영하겠다. 예산 편성하겠다’ 등의 무성의한 답변이 돌아온다. 바쁜 사람들 불러놓고 소모적인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금지원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도체 패키징 업체 관계자는 “‘예산으로 조 단위를 책정했다’ ‘예비타당성 면제했다’ 등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도 “지원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에 문의해야 하는지 같은 기본적인 내용도 전달이 안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존 예산과 추가 공모 사업 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한 업체는 올해 초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에 선정, 집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로 예산안이 변경되면서 사업 중단을 겪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피해받는 기업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맞지만, 기존 사업 운영까지 차질을 빚는 건 부당하다”며 “역차별을 당하는 업체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피력했다.
국내 환경규제 수준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화평법) 등은 세계적으로 강도 높은 규제라고 평가받는다. 화학물질은 기존에 사용했던 물질이나 새로 사용하려는 물질 모두가 신고 대상이다. 등록절차도 법률마다 달라 기업들은 관계 부처에 각종 서류를 제출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화관법과 화평법에 대한 완화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시적인 규제 완화가 아닌 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인 환경규제 완화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앞장서서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것은 좋지만, 주먹구구식 정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장단기적 관점에서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