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배터리 소송전에 휘말린 두 회사가 최고경영자(CEO)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려,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6일 업계와 언론에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추석 이후에 만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양사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업계에서도 대화로 풀기를 촉구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LG화학은 강경하다. ▲잘못 인정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손해배상 방안 제시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으면 대화할 수 없다는 의미다. LG화학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나, 내년 6월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차 판결이 나오는 만큼 급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도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사과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대화라는 것은 동등한 위치에서 해야 한다. 시작하기도 전에 숙이면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서로의 대화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 LG화학은 직접적인 대화 요청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LG화학은 “정부 등을 통해서만 SK이노베이션이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들었을 뿐 공식적으로 연락하지는 않았다”고 피력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차이는 모르겠지만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의사를 표한 것은 LG화학도 인정한 부분”이라면서 “진정으로 대화를 원하는 자세가 아니다. 결국 회피하는 것은 경쟁사”라고 말했다.
양사의 갈등이 계속되자 그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진 만큼 양사 CEO가 풀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두 회장이 만나 이야기 나누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