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대응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시장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대책 회의를 열었다. 소재·장비 현황 점검 및 재고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 기업은 1100여개 수출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시 사전수출 승인절차를 받는다. 관련 품목 절반 정도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부터 규제대상으로 지정된 소재 3종은 물론 웨이퍼, 마스크 등이 대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이미 준비를 시작한 상태”라며 “추가적인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실리콘웨이퍼, 블랭크마스크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반도체 핵심재료인 웨이퍼는 일본 신에츠(27%)와 섬코(26%)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는 SK실트론(9%)이 있지만, 모든 물량을 감당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특히 첨단 공정에는 일본산 웨이퍼를 사용하고 있다.
블랭크마스크는 일본 호야, AGC 등이 공급한다.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마스크 원재료다. 국내에서는 에스앤에스텍이 제공 중이다. 일반용은 에스앤에스텍이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EUV용은 호야가 독점하고 있다.
소재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최대한 양질의 제품을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일본과의 기술 격차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일본산 자재의 90일 이상분 재고를 비축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 작업은 대부분은 완료된 상태다. SK하이닉스 역시 공급처 다변화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대만 등 소재 업체들은 수소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대체품에 대한 품질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섀도마스크(FMM)가 관건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제조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일본 DNP가 전량 담당하고 있다. 국내 ASP홀딩스 등이 개발하고 있지만 양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울러 노광기·증착기 등도 80% 이상을 일본 니콘과 캐논도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일본산을 대체할 국내외 업체를 찾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협력사와 함께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관련 품목별로 세분화하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정확지 모른다. 이달 말 본격 시행되면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면서 “현시점에서는 예의주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