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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멈춰선 KT 유료방송 M&A, 합산규제 연기 “약일까 독일까”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통신사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기업결합심사에 착수했고,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재편되는 유료방송시장에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는데, 통신3사 중 유일하게 KT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관련 결정이 재차 연기되면서 인수합병(M&A) 추진전략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후 합산규제 일몰에 대한 사후규제 방안을 다음 달 16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가 특수 관계자인 타 유료방송 사업자를 합산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독과점 방지를 위해 2015년 3년 일몰 조건으로 합산규제를 시행하면서, 방송시장 대응방안을 찾기로 했으며 지난해 6월27일 일몰됐다.

국회는 합산규제만 일몰됐을 뿐,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일몰에 대한 대응책을 가져오라고 주문하면서 또다시 합산규제는 향방을 정하지 못한 채 미뤄졌다. KT는 국회 의사결정을 존중하며, 논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합산규제에 대한 논의가 미뤄졌지만, KT가 그나마 긍정적으로 이 사태를 보는 부분은 ‘사후규제’다. 시장점유율 규제를 폐지하고 사후규제가 이뤄지면, KT의 유료방송시장 전략에도 물꼬가 트인다. KT와 KT스카이라프 점유율은 총 30.86%다. 점유율 상한 적용 때 다른 통신사와 달리 케이블TV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법안소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안에 따르면 유료방송 규제를 사전규제 중심에서 사후규제 위주로 전환하자고 기재돼 있다. 현행 시장점유율 규제를 동일서비스와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모두 폐지하고, 이를 위해 방송법과 인터넷TV(IPTV)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부분이 명시돼 있다.

단, 사후규제에는 위성방송 공익성을 확보해야 하고, 유료방송의 다양성 및 지역성 보호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공정경쟁 확보안도 제출해야 한다.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성수 의원은 법안소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합산규제 도입 당시에도 3년 후 일몰되기 전까지 이 같은 사후적 규제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채 3년이 흘러 버렸고 재도입이냐 일몰이냐 하는 논쟁만 남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에는 사후 규제 방안을 확실하게 제도화하기 위해 정부가 다음 달까지 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언급했다.

국회도 일몰된 규제를 다시 부활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재 정부는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규제 완화‧폐지를 통한 혁신산업 성장을 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케이블TV 기업의 M&A 출구를 막을 수 있는 규제를 다시 도입한다는 결정은 국회에서도 쉽지 않다.

김 의원은 “정부가 다음 달까지 방안을 제시하면 국회 과방위에서 수용 가능한지 검토하고, 법안 개정에 착수할 것”이라며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기 때문에 합산규제를 연장하고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설명했다.

합산규제 재도입이라는 표현 대신 ‘연장’이라고 사용한 점도 이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은 KT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사항이다. 사실상 합산규제 재도입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규제를 없애겠다면서, 다시 도입시킬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정부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여기에는 KT스카이라이프, 통신사, 케이블TV, 일반 콘텐츠제공사업자(PP), 개별 종합유선방송(SO) 등이 포함돼 있다. 각각의 입장이 다른 만큼, 남은 기간 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쉽지 않은 구도다.

또, 합산규제는 당론이 없는 사안이다. 이상민‧이종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합산규제 재도입 반대파가 있는 만큼, 법안소위에서 연장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전체회의에서 문제가 발생한 소지가 제기된다. 이 경우, 또다시 합산규제 재도입 결정이 미뤄지고 표류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후규제로 큰 틀을 바꾸고 점유율 제한도 없애겠다고 밝힌 것은 큰 변화지만,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안을 가져올 경우 국회에서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라며 “다만, 허수가입자 등 딜라이브 가치가 줄어든 상태라 합산규제 결정이 미뤄졌어도 KT는 경쟁사 기업결합심사를 살펴보면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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