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카풀 논쟁, 왜 ‘공회전’만 반복되나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민주평화당이 주최한 택시-카풀 토론회도 소득 없이 끝났다. 카풀업계가 불참하면서 기존 택시업계의 입장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카풀업계를 대표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토론회 불참 사유로 ▲카풀 규제 법안을 발의한 민주평화당에서 주최한 토론회라는 것 ▲더불어민주당 카풀 테스크포스(TF)에서 추진하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한 논의와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택시업계는 토론회에서 “우선 현재 운영되고 있는 카풀 서비스를 모두 중단해야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현행 택시 규제를 해결하는 것과 카풀 허용은 별개 문제, 택시 처우개선 문제는 카풀 허용과 무관하게 시행됐어야 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지난 8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풀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토론회에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대표자가 참여해 카풀 서비스와 관련된 각 단체 입장과 대안을 논의했다.
사실상 이날 토론회에서도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카풀을 굳이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가 택시업계 주장의 골자다. 정부가 규제만 풀어준다면 현행 문제들을 모두 택시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 토론자로 참여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 연합회 이양덕 상무는 “일단 택시 기반으로 공유경제를 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가서 카풀을 논의해 보든지 하자”고 말했다.
이양덕 상무는 “택시가 4차산업, 공유경제를 거부하는 것처럼 외부에 알려져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진정한 공유경제는 창출된 성과 가치를 기업과 국민이 모두 나눠 가는 것, 그에 비해 카풀은 하나의 사업에 불과하며 공유경제 프레임을 세워 같이 가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택시 기반 공유경제’는 택시 합승을 뜻한다. 이 상무는 “과거 문제가 됐던 합승과 개념이 다르다. 이는 카풀과 택시의 장점을 융합하는 것, 승객의 자발적 동승을 뜻한다”며 “수요공급 불일치 고질적인 문제 해결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택시 실현해 보고자 한다. 택시산업 각종 규제의 과감한 철폐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은 각 택시단체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카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한 택시 4단체는 각각 택시노동자, 개인택시, 법인택시, 운송사업자를 대표해 입장 차이가 있다. ‘카풀 반대’ 기조는 공유하지만 강경함의 정도는 다르다. 택시 내부에서도 통일된 합의안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예컨대, 정부가 택시 측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방안 중 하나인 ‘택시월급제’는 개인택시 입장에서는 이득이 없는 제도다. 또한 법인택시 기사들은 상황에 따라 ‘타다’ ‘차차’ 등 다른 모빌리티 서비스로 직종 이동을 고려할 수 있다. 반면 법인택시 사업자의 입장에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은 불공정함 그 자체다. 타협의 여지가 없다.
국토교통부 신교통개발과 박준상 과장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카풀을 반대한다는 점은 같지만, 택시의 요구 사항은 각 단체별로 모두 달라 어려움이 있다”며 “대표적으로 개인택시 부제 문제와 관련된 의견을 물었을 때, 택시 안에서도 찬성 반대 의견이 갈라졌다. 사납금 근절 문제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시 정책에 관해 단체별로 입장이 다른 만큼, 이런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택시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보탰다.
택시업계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이해 부족 문제도 카풀 협상 난항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현재 택시기사는 고령 비율이 높아 ‘카카오택시’ 앱 마저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상황에서 ‘24시간 카풀’ 얘기가 나오면 기사들은 사실상 택시와 똑같다고 공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택시 수뇌부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악용하기도 한다. 카풀업체나 정부 모두 제대로 된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떠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1달에 100건 이상 카풀 운행을 한 사례도 있다’며 앱 캡처사진이 단체 카톡방을 통해 확산됐으나, 해당 사례는 카카오카풀이 아니라 ‘티맵택시’의 호출 건수였다. 카카오택시 대비 티맵택시의 인터페이스가 기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점을 누군가 악용한 것이다.
또 다른 법인택시 운전자는 “택시 지도부와 현업에 종사하는 기사 간 의견 간극 차이가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택시 내부에서 별도의 앱을 만든다고 한들, 승객들이 이용하지 않을 텐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며 “택시요금 인상도 마찬가지, 택시 이용이 줄어들어 수입이 더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기사들도 많다. 택시 내부에서 공청회나 설문조사를 통해 제대로 된 의견수렴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불만을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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