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LG유플러스의 사소한 부주의가 불러온 '후폭풍'
[디지털데일리 홍하나기자] 최근 국내 대중가요 시상식 '2019 골든디스크어워즈의 인기상 투표' 과정에서 발생한 해킹사고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팬덤이 골든디스크어워즈의 이벤트 페이지 취약점을 노려 아이디(ID)를 무한대로 생성해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당연히 왜곡된 결과치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특정 팬덤은 ‘크롬 시크릿모드’로 접속한 뒤 개발자 모드를 활용했다. 자신의 아이디와 휴대폰번호로 실명인증을 받은 뒤 인증된 상태에서 개발자용 ‘디버그모드’에 접속, 임의로 이름과 휴대폰번호를 입력한 다음 아이디를 무한대로 생성해 원하는 가수에 투표를 몰아줬다.
이번 논란으로 LG유플러스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시상식의 이벤트 페이지를 운영하는 관리 주체다. LG유플러스 측은 "이벤트 페이지에 비정상적 경로에 대한 접근에 대비했으나 크롬 시크릿모드 접근에 대해서는 미흡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아울러 "아직까지 접수된 개인정보 도용피해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난 댓글이 줄을 이었다. 네이버 사용자 ‘unit****’은 “휴대폰번호 도용 피해자가 자신의 번호가 도용됐는지 모르고 있다면 당연히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LG유플러스의 입장에 반박했다. 또 다른 사용자 ‘kk-5****'은 “이번 일에 대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투표를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해킹사건을 통해 가장 상처를 받은 것은 투표에 참여한 사용자들이다. 이를 반증하듯 골든디스크 해킹 관련 기사는 SNS에 들불처럼 광범위하게 공유됐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사과 공지없이 향후 사고가 재발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말만 남겼다.
이번 사고가 LG유플러스에게는 90도 폴더 인사까지는 할 필요가 없는 단순 실수, 사소한 부주의에 불과한 것일 수 있겠지만 이번 인기 투표에 참여한 사용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에게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인증과정과 광고시청 등의 수고로움과 데이터라는 경제적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다. 무엇보다 이 이벤트는 누구에게는 소중한 삶의 일부이고, 이같은 반응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각에서 LG유플러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5G 시대에서 사용자의 데이터는 중요하다.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SNS 등 사용자 개인정보에 대한 경중을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그만큼 관리 주체도 이를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의무가 있다. 비록 이벤트의 성격이 금융정보, 개인 사생활 정보와 같은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것이 아닐지라도 엄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해당 이벤트 페이지 관리자인 LG유플러스는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보안에 보다 철저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홍하나 기자>hhn062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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