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도입에 전문가들 '신중론'...“통상보복 역풍 우려”
-한국, GDP 절반 이상이 수출...일방적 조세는 상대국 통상보복으로 이어져
-"EU에서 제시하는 방안 따라야"
[디지털데일리 홍하나기자]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을 겨냥한 이른바 ‘구글세(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유럽을 시작으로 중남미, 아시아 국가 등 세계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에 디지털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가 선두적으로 하기보다 국제 조세 개혁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세문제는 통상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국제조세협회는 지난 2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 경제의 특성을 반영한 바람직한 세제개편 방향’을 주제로 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과세를 하는 것은 찬성하나, 주도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호석 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디렉터는 “한국의 경우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 기여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일방적 조세 조치는 곧바로 미국의 보복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상대국에서 100% 보복이 없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면 협상없이 과세를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존 벨라 옥스퍼드대학교 박사는 디지털세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이라는 것은 무형자산이기 때문에 이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으며, 실물 경제를 왜곡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변화가 빠른 최근에는 디지털과 비디지털 기업을 구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세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사용자가 있다면 과세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무형자산은 가치가 어디서 창출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과세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디지털세를 더욱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과세를 할 것인지, 디지털 자산(데이터)에 대한 과세를 할 것인지 방향성부터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봉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세에 대해 “대규모 글로벌 기업만을 별도 조세의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면서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을 차별적으로 취급하기 위한 도구로 작용한다는 의심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로 치닫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디지털 세는 국제 정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존 벨라 교수는 “지금 122개국에서 디지털세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일방적으로 조세개혁을 할 경우 국제 조세체계가 지금보다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과세보다 국제적인 협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외국기업에 대한 과세는 하되, 우리나라가 선두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준봉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수출위주의 소규모 국가에서 앞서 과세를 시행하는 것은 많은 우려를 낳을 수 있다”면서 유럽연합(EU)에서 제시하는 방안을 따르는 등 우리가 먼저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유철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도 “디지털세를 도입하는 것은 찬성하나 다른 국가 사례를 참고해 추가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하나 기자>hhn062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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