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삼성전자, TSMC에 퀄컴 뺏겼다…뒤처진 ‘7나노’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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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가 7나노 칩 위탁생산(파운드리)을 두고 TSMC에 선제공격을 받았다. 퀄컴이 핵심 제품을 우선 TSMC에서 생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미 모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을 TSMC가 담당하도록 했다. 대형 고객사 두 곳이 이탈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당분간 찬바람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와 TSMC는 애플, 퀄컴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혈투를 벌였다. 애플 A시리즈 AP만 하더라도 A4~A7까지는 삼성전자가, A8부터는 TSMC가 파운드리를 맡았다. 삼성전자는 A9에서 TSMC와 공동으로 AP를 만들었으나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고배를 마셨다. 패키징 후공정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808’ 이전까지는 TSMC와 협력했다가 ‘스냅드래곤 810’이 발열 이슈로 몸살을 앓으면서 삼성전자로 갈아탔다. 당시 이 제품은 TSMC 20나노 미세공정으로 만들었는데, 직전 28나노와 비교했을 때 다이(Die) 크기나 전력소비량 측면에서 크게 얻을 것이 없었다. 삼성전자는 20나노를 징검다리로 쓰고 곧바로 14나노로 넘어갔고 ‘스냅드래곤 820’을 성공적으로 생산했다. 퀄컴도 만회가 필요했고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가 7나노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같은 7나노라도 삼성전자와 TSMC는 초기 기술에 큰 차이를 보인다. TSMC는 7나노 초기에는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노광(露光) 기술을 그대로 쓰면서, 더블(DPT)이나 쿼드러플패터닝(QPT)을 활용한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 EUV)을 곧바로 쓰기로 했다.
문제는 EUV가 극히 다루기 어려울 기술이라는데 있다. 화성 S3 생산설비를 마련하고 올해 7나노 시험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본격적인 램프업(생산량 확대)은 내년에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EUV는 TSMC도 내년에 사용할 계획이지만 7나노 고객사를 우선 확보했으므로 1년 가까이 시간을 벌었다고도 볼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삼성전자가 제대로 반격하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준비가 필요하 셈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로드맵에서 10나노는 3세대(Low Power Ultimate, LPU)까지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8나노 LPP(Low Power Plus, 2세대)가 10나노 3세대 버전이라는 분석이 있었으나 이 둘은 완벽히 분리된 미세공정이다. 그런데 8나노는 LPP까지만 존재한다. 10나노를 포함해 기존에 찾아볼 수 있었던 LPE(Low Power Early, 1세대)가 없다. 20나노처럼 잠시 머물렀다 흘러가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당분간 양다리를 탈 수밖에 없다고 보는 모양새다. 관건은 TSMC가 어느 시점에 7나노 EUV를 활용하느냐다. 업계에서는 이머전 ArF를 활용한 TSMC 7나노가 기대치를 밑돈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퀄컴은 20나노에서 크게 손해를 봤던 기억이 있다. 삼성전자가 7나노 EUV 조기 안정화에 성공한다면, 적어도 5나노 시대까지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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