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웹사이트 무단 크롤링은 데이터베이스권 침해” 대법 판결
- 잡코리아, 사람인HR에 최종 승소…크롤링 법적 판단의 기준 정립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법무법인 민후(대표변호사 김경환)는 경쟁사 웹사이트 콘텐츠를 무단으로 긁어와 자신의 영업에 사용하는 것이 ‘데이터베이스권 침해행위’임이 대법원 판단을 통해 확정됐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잡코리아(원고)가 경쟁사 사람인HR(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웹사이트 HTML 소스코드 무단 복제 등 금지청구 소송’에 대한 판결이다. 지난 4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를 인정했고 대법원은 본안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양사의 다툼은 9년 전 시작했다. 사람인이 2008년 잡코리아에 등록된 기업 채용공고를 무단 크롤링(crawling)해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크롤링은 무수히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돼 있는 정보를 특정 키워드 등을 활용해 긁어모아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당시 사람인은 채용공고 무단 복제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강제조정 결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강제조정 이후에도 검색로봇을 이용한 채용정보 무단 복제가 이어지자 잡코리아는 법무법인 민후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사람인HR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법인 민후는 사람인HR이 채용정보를 지속적으로 무단수집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점, 몰래 크롤링을 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한 점 등을 밝혔다. 그리고 사람인HR의 행위가 단순한 조정조서 위반을 넘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사용자가 주로 작성하는 콘텐츠를 소재로 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하여도 웹사이트 운영자의 데이터베이스 제작자 지위를 인정하고 이를 무단 복제·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는 게 민후 설명이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김경환 민후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사용자제작콘텐츠 사이트의 성격을 일부 가지는 웹사이트 운영자에게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데이터베이스권을 통한 법적 보호를 인정한 사례”라며 “경쟁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크롤링 한 다음 이를 자신의 사업기회로 유용한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임을 인정한 판시로 크롤링에 대한 법적 판단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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