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이통사 “요금경쟁 사라질 것”
- 미래부 “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고가 요금제 가입자 보전, 차별 심각”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보편요금제 출시 여부를 놓고 시민단체와 통신사업자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민단체 및 일부 학자들은 보편요금제가 통신필수재로서 보다 많은 이용자에게 혜택을 확대하고 전체적인 요금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반면, 통신사업자들은 정부가 요금인가권도 아닌 설정권을 가짐으로써 시장에서의 경쟁을 없애는 것은 물론,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1일 더케이호텔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통신시장 진입규제 개선과 보편요금제(가칭)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미래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현재의 신규 통신사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해 진입규제를 완화하고 보편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어 전체적인 가계통신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진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그룹장은 “제4이동통신의 탈락 이유는 후보사업자의 재정적 능력 부족 뿐 아니라 시장성숙 등에 따른 수익창출 불확실성도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어 전국망 이통사업자는 물론,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 서비스 등장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 그룹장은 보편요금제 도입과 관련해 "데이터 중심으로 이용환경이 변하면서 소량 및 취약계층에 대한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며 "요금인가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제도 개선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놓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맞섰다.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에 대한 구체적인 산식과 법안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서도 지금까지 정부는 왜 못했는지 통렬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 국장은 "보편요금제도 혁신적인 요금경쟁을 오히려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YMCA의 한석현 팀장도 보편 요금제 도입에 찬성했다. 한 팀장은 "지금은 무슨 수라도 써서 통신비 부담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진입규제 완화로 경쟁 분위기를 조성한 후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으로 보았다.
참여연대 공진기 실행위원은 "보편요금제를 토대로 다른 요금제까지 내려가기를 기대한다"며 "다만, 보편요금제에 여러 제한을 둬 명목상 요금제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동통신 3사는 보편요금제 도입은 시장경쟁을 없애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정부가 기준을 정하면 사업자들은 그 수준에 맞춰 요금을 구성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며 "요금인가제는 폐지하지만 훨씬 강화된 요금설정권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충성 KT 상무도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수요만 고려해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수익에 여유가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피해를 어느정도 감내하겠지만 후발사업자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규태 LG유플러스 상무 역시 "모든 요금제가 같다면 앞으로도 정부발 요금인하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며 "각 사업자별로 창의적인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정책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모든 요금제가 비슷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강병민 경의대 교수는 "정부 주도의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보전하는 상황에서는 도입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원가 등 구체성을 갖고 투명하게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알뜰폰에 미치는 영향, 통신사 수익 및 투자집행 등 여러가지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변정욱 국방대 교수도 "가계통신비 인하 이슈를 외면할 수 없다면 한번 쯤 해볼만한 실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 교수는 "어느 순간 다시 요금부담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만큼, 통신서비스의 근본적 성격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대해 전영수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해외의 경우 저가와 고가 요금제간 차이가 20~30배라면 우리는 120~140배에 달할정도로 그 차이가 심각하다"며 "앞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그같은 제도화 하겠다"고 밝혔다.
여재현 KISDI 통신전파연구실 실장도 "경쟁으로 풀어야 할 문제에 왜 정부가 개입하냐고 할 수 있다"면서도 "저가, 고가 요금제간 차별을 해소하고 앞으로 경쟁활성화 정책도 고민을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패널은 아니었지만 청중 입장으로 알뜰폰과 이동통신 유통업체에서 제도 도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알뜰폰사업자협회 관계자는 "이동통신 후발사업자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알뜰폰은 어떻겠느냐"며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더 강화하면 더 빠르고 더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도 "경쟁이 활성화 돼야 유통업계도 좋은데 똑같은 요금제라면 결국 리베이트 많이 주는 쪽으로만 추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 시장경쟁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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