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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AP 독립 ‘물거품’…전장부품으로 인력 재배치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LG전자가 추진해온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자체 개발 계획이 사실상 좌초됐다. 이에 따라 SiC연구소의 모바일AP(MAP)실 인력은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로 재배치되며 올해 중으로 마곡지구로 함께 이동할 예정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코드명 ‘오딘’으로 알려진 자체 AP 개발을 접고 관련 인력을 VC사업본부의 VC테크놀로지(VCT)로 재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스마트TV용 AP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고 있다. 모바일과 TV에 쓰이는 핵심 칩 개발을 포기한 셈이다. 자연스럽게 ‘오딘2’, ‘오딘3’와 같은 차기 AP 개발도 줄줄이 취소됐다.

지난 2012년부터 연구개발(R&D)에 들어간 LG전자 자체 AP는 ‘뉴클런’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으며 2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투입됐다. 하지만 삼성전자 엑시노스, 퀄컴 스냅드래곤 등 경쟁사와 비교해 뒤떨어지는 성능과 함께 미세공정에 있어서도 차별화를 보이지 못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전략 스마트폰 탑재에 실패했다.

더구나 처음으로 나온 뉴클런은 풀HD용 AP여서 QHD 패널을 탑재한 G3에 장착이 불가능했다. ‘G3스크린’과 같은 스마트폰에 쓰였으나 이후에는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 LG전자는 자체 AP를 개발, 상용화에 성공한 것에 ‘의미’를 뒀으나 전략 스마트폰은 물론 보급형 라인업에 이르는 하방전개가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뉴클런은 계륵으로 전락했다. 자체 AP를 쓴다고 해서 유리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가절감을 고려해 퀄컴이나 미디어텍 제품을 사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더 낫다는 내외부의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손익분기점에도 문제가 있었다. 1000만대 이상 판매되는 전략 스마트폰에 탑재되어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MC사업본부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얼마 전 출시한 G6의 판매량 목표치는 60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SiC연구소 인력의 상당수는 VC사업본부로 이동한다. 전장부품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LG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AP에서 쌓은 R&D 역량을 자동차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용 AP는 상대적으로 수명주기가 길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다만 자동차에 쓰이는 만큼 안정성 확보와 함께 스마트폰만큼의 물량 확보는 어렵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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