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필귀정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작은 촛불이 모여 거대한 횃불이 됐고 결국 역사를 바꾸었다. 국민의 위대한 승리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국민의 명령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에 취할 것도 아니다. 어쩼든 불행한 역사의 페이지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 아픔은 우리 사회와 정치가 한 단계 성장하는 소중한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후부터가 중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경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꺼리고 각종 구조조정과 일자리 부족으로 국민들은 내일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회와 정부, 기업, 국민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분명히 했다.
수개월간의 국정마비, 믿을 수 없는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의 분노와 상실감, 우리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 상실이 한순간에 치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지난 수개월간 못지 않게 앞으로 수개월간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싸움이 이 사회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박쥐처럼 여기저기 붙어 계산기 두드리던 정치인들은 결국 국민의 뜻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민의를 거스르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분명히 학습했을 것이다.
문득 IMF 시절 금모으기 운동이 생각난다. 민초들은 나라가 망한다며 장롱속 깊은 곳에 꽁꽁 싸매두었던 돌반지부터 결혼 패물을 꺼내들고 힘을 보탰다. 항상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국민들이 앞장섰다.
이제는 실망을 안겨줬던 정부와, 정치권과 기업들이 나설 때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부당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면 그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공무원이 영혼이 없을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이번 일을 계기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수 줄이자는 말이 안나오게 정치인들도 제 역할 했으면 한다. 지근거리에서 대통령 보좌했다는 사람의 입에서 “모른다”는 답도 이제는 듣지 않았으면 한다.
이 극적이고도 위대한 드라마가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온 우주의 기운’까지는 필요 없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족하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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