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북미자유무역협회(NAFTA) 탈퇴를 언급하는 등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통상정책 구상이 글로벌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무역 경제분야에서의 이른바 '트럼프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산업연구원은 20일, '트럼프 경제정책의 영향과 대응방향'이란 보고서(작성자 문종철 부연구위원)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출범하면 우리 나라는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첨단 기술산업 분야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스마트 폰 등의 품목은 이미 생산 기업 간의 특허 소송 등이 진행중이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예를들면, 트럼프 정권하에서는 삼성과 애플간의 특허전쟁이 삼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인데, 실제로 이같은 우려는 지난 8일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관련업계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세계무역 침체로 나타날 것" = 반면 보고서는 반도체 분야의 경우, 우리 나라의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5%에 그치고 있고, 반도체 자체로는 대미 무역이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보호무역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선적으로 미국이 열세에 놓여있는 품목 분야를 중심으로 통상전략을 강화할 것으란 분석에 기초한다 .
앞서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10월 ICT분야 수출입 분석에 따르면, 우리 나라는 전월대비 반도체(3.3억 달러, -7.5%), 디스플레이(0.4억 달러, -9.6%), 휴대폰(0.1억 달러, -28.0%) 등 대부분 품목에서 하락했다.
이와함께 산업연구원은 한-미간 FTA는 협상 파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FTA 재협상에 대한 요구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경제정책의 더 큰 문제점은 통상정책의 변화나 보호무역주의의 강화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 시행의 결과로 나타날 미국의 경기침체와 국내 수요 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전 세계적인 무역량의 감소로 나타나게 될 것이며,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철강, 화학, 백색가전 등 미국의 무역구제조치의 표적이 된 산업, 지적재산권과 결부된 첨단기술 산업, 미국이 한-미 FTA를 통하여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동차 산업, 중국에서의 완제품 생산을 통한 수출 패턴이 정착된 섬유 산업 등에의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통상정책, 너무 걱정할필요 없다… "TPP 무산, 한국엔 유리" = 산업연구원은 그러나 트럼프의 통상 및 제조업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된 면이 있으나 트럼프의 경제정책으로 인한 영향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회요인이 있을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1차 타깃은 한국이 아니라 중국과 TPP라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으로선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이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2015년 기준으로, 대미 무역수지는 중국이 약 3,671억 달러 흑자, 한국이 약 28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따라서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한국을 첫 번째 표적으로 삼을 확률은 매우 낮기때문에 한-미 FTA의 재협상은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TPP를 주도해온 오바마는 퇴임 전에 TPP 비준을 완수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이미 레임덕 상태에 돌입한 상황에서 추진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으며, TPP 철회는 트럼프가 공약한 통상 정책의 제일 목표이기 때문에 임기 동안 TPP를 비준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관측했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에게는 미국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시간적 여유를 주는 이점이 있다. 또한 TPP 철회 혹은 비준 연기로 인한 반사이익 가능성도 트럼프의 통상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기회요인이 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TPP의 철회 혹은 비준 연기가 될 경우, 대미무역에서 일본에 대한 우리의 우위를 의미하며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의 경우 TPP 비준 지연으로 인한 반사이익의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