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AI 헬스케어 ‘쇄국’ 차라리 한국을 떠나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에서는 못하겠으니 미국으로 가렵니다.” 얼마 전 만난 한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 업체 대표가 우스갯소리로 전한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는 국내 헬스케어 산업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업체는 기계학습을 이용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솔루션을 내놓기에 한국은 가용 데이터를 많이 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실이다.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면 데이터가 핵심이다. 실 서비스를 통해 의료 관련 양질의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얻어 솔루션 등에 적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내보다 외국으로 가는 편이 낫다는 것.
국내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은 머신러닝 등 인공지능으로 나아갈 수 있을만한 데이터양을 확보하지 못했다. 헬스케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개인정보와 의료정보 등에 막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현저히 적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정보를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조차 반대에 부딪혔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정부는 의료법 개정 등을 추진하는 한편, 지능정보산업 발전 계획을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 발전을 기대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런 방안을 내놓은 정부조차 국내 의료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어렵다는 말만 연거푸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노력이 오히려 데이터를 모으는 것에 제한을 가져오고 있으며, 의료정보 주체는 환자여야 하는데 병원이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많은 환자와 데이터를 가진 병원과 연합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제한적 모델로만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처럼 우리는 아직 데이터도 모으지 못했는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1일 헬스케어 앱 개발도구 ‘케어킷’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앱 개발자들은 이를 이용해 ▲파킨슨병 환자 ▲수술 후 진행상황 ▲건강 모니터링 ▲당뇨 관리를 위한 앱을 만들 수 있다. 케어킷 내 케어카드를 통해 치료활동을 자동 저장하고 추적한다. 데이터는 애플워치와 아이폰을 통해 얻는다. 자신의 건강 및 상태 변화에 대한 정보를 의사, 가족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IBM은 인지컴퓨터 ‘왓슨’을 통해 환자 데이터를 이해 및 분석한 후 과거 데이터 등을 종합해 개인맞춤형 진단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파고’ 열풍을 일으켰던 구글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이들이 하려는 서비스가 과연 국내에서도 가능할까? 안타깝게도 아니다.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데이터도 모자를 뿐 더러, 개인정보 취급부터 의료정보 구분 여부까지 법적 제약도 수두룩하다.
물론, 인공지능 기술이 생명의 영역인 의료까지 확대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막고만 있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뿐이다. 개방의 흐름 속에서 고수했던 조선의 쇄국정책 말로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에 우리는 부작용을 줄이고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닌 데이터를 연구용으로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미래를 위한 마음으로 합의점에 도달하려는 논의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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