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50만명 시대…단통법이후 보조금 경쟁 줄었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10년만에 월 평균 이동통신 번호이동 규모가 60만명대 이하로 떨어졌다. 그동안 월 평균 100만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바꿨지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번호이동 규모가 급감했다.
2일 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8월 번호이동규모는 55만9000여명으로 4개월 연속 50만명대를 유지했다.
번호이동 시장이 4개월 연속 5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6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규제정책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번호이동이 감소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시장이 조용한적은 없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 구도가 정착된 이후 가입자 뺏고 빼앗기기 역사의 반복이다. 포화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올리려는 2~3위 업체들의 공세와 시장을 수성하려는 1위 사업자간의 경쟁은 계속 이어졌다. 요금제, 서비스, 브랜드도 있었지만 경쟁사 고객 유치의 확실한 무기는 보조금이었다.
이동통신 시장은 2010년 후반 가입률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2008년 월 평균 95만7000여명, 2009년 85만9000여명, 2010년 91만2000여명이 통신사를 옮겼다. 가입률 100%를 돌파한 후인 2011년에는 무려 월 평균 99만6000여명이 통신사를 갈아탔다. 2012년 97만3000여명, 2013년에도 93만명을 기록하는 등 10년간 이통3사의 번호이동 경쟁은 늘 뜨거웠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10여년간 요지부동이었던 번호이동 시장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던 작년 10월에는 37만4000여명으로 급감했다. 법 시행 이후 70만명을 넘은 것은 올해 1월이 유일했다. 법 시행 이후 8개월동안 월 평균 번호이동 규모는 57만6700여명이다.
번호이동 규모가 줄었다는 것은 단말기 보조금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조금 상한제 시행으로 과거 50~60만원 보조금은 그야말로 옛날일이 됐다.
번호이동이 줄어든 만큼, 이동통신사간 경쟁방식도 바뀌고 있다. 여전히 경쟁사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법적인 논란이 있는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며 단말기유통법 시대에서도 경쟁사 가입자 유치에 여전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점유율 50% 사수가 목표인 SK텔레콤은 기기변경 혜택 강화로 맞서고 있다.
물론, 보조금 경쟁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보조금 상한선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3년 일몰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보조금 상한선은 계속해서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조금 상한선이 확대될 수록 번호이동 규모는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단기적으로 정부 보조금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여기에 단말기 수요 감소로 휴대폰 제조사들이 출고가격 낮추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통사가 마음만 먹으면 40만원 이하의 경쟁력 있는 중국산 단말기들도 빠른 시간내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년 수준의 번호이동 수요가 발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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