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데쟈뷰?…은행권, 다음카카오가 두려운 이유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최근 다음카카오가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손잡고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계획을 구체화함에 따라 금융권과 관련 ICT업계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준비하겠다며 사실상 출사표를 던진 곳은 다음카카오외에도 KT, 인터파크, KG이니스,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교보생명 등 다양하다.
그러나 다음카카오가 기존 은행권에 주는 압박감은 상대적으로 다른 곳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다음카카오의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은 은행권에선 이미 충분히 예상한 일이지만 막상 현실화되자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와관련 한 시중은행 스마트금융부서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본원적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가 가지고 있는 자체 브랜드 경쟁력, 또 금융고객으로 유인이 가능한 국내 4000만명의 막대한 카카오톡 사용자 및 2억명에 육박하는 해외사용자 등이 본원적 경쟁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은행권이 꼽는 다음카카오의 본원적 경쟁력은 ‘기존 은행권과 직접적인 시장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은행권은 당분간 인터넷전문은행과 비즈니스 영역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다음카카오는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은행과 수익모델 경쟁을 할 가능성을 높게보고 있다.
실제로 다음카카오는 이미 모바일 간편결제서비스인 ‘카카오페이’와 송금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를 선보인 바 있다.
지금까지는 핀테크 차원의 시도에 불과하고 실적도 아직은 괄목할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보다 정교한 사업모델로 발전시킬 경우 기존 은행권의 수수료 수익 모델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아 ‘중금리대출’ 서비스의 포트폴리오를 공격적으로 짜게 될 경우 기존 은행권을 상당히 위협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함께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의 타이틀을 따내게 될 경우,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홍보정책과 맞물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책적 수혜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견해다.
다음카카오 컨소시엄의 경우 지분구성은 현재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 다음카카오 10%, ICT기업 30%, 은행권 10%(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지분참여 거론)로 얘기되고 있다. 컨소시엄의 윤곽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 vs 이통사 전쟁 데쟈뷰... 인터넷전문은행도? = 한편 국내 은행권이 다음카카오의 행보를 부담스럽게 보는 또 다른 이유는 다음카카오가 가진 ‘검증된 전투력(?)’ 때문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2010년~2011년 다음카카오(옛 카카오)가 무료SMS(단문문자메시지)서비스를 통해 국내 이통사들의 수익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고, 이는 결국 이통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막대한 변화를 끼쳤다고 은행권은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0년 3만928원이었던 이통사의 APRU(가입자당평균매출액)은 2011년에 2만9510원대로 떨어졌다. 물론 당시에도 이통업계에서 SMS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았지만 ‘카톡’에서 촉발된 무료메신저의 급성장은 많은 후폭풍을 가져왔다. 고객들이 통화하지 않고 카톡 문자로 대신하는 변화로 이어졌고, 결국 이는 이통업계의 핵심사업인 음성통화 수익율까지 하락시키는 연쇄적인 후폭풍을 가졌왔다. 이후 이통3사 공동으로 무료메신저에 대응하기위해 ‘조인(JOYN)’이라는 일부 유료콘텐츠가 포함된 무료메신저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대응하기도했지만 시장의 추세를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현재 은행권은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게 될 경우 ‘다음카카오 vs 이통3사’ 에서 이제 ‘다음카카오 vs 은행권’ 구도가 초기에 형성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모든 은행 비즈니스 영역에서 다음카카오가 맞붙게되지는 않겠지만 현재 은행권의 핵심 수익사업인 송금수수료, 계좌이체수수료, 환전수수료 등 수수료 비즈니스에 타격을 주게될 경우에는 과거 이통사들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의 연쇄변화 과정과 매우 흡사하게 전개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기조가 국내 경제에 충격을 주지않기위해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어서 은행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수수료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과거 이통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은행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도 결국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은행권의 ‘비이자수익’중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0% 정도로 추산된다. 은행 전체 수익으로 환산하면 수수료 수익은 10~20% 수준으로 결코 간과할 상황이 아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권의 시장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는데, 그 변수가 다음카카오라면 그 가능성은 좀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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