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CT 기업들의 ‘메가딜’을 주목하라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최근 구글이 LG전자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해당기업의 주가가 출렁거렸다. 만약 현실화됐다면 ICT 시장에서 한 획을 긋는 또 하나의 메가딜(Megadeal)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글로벌 ICT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동향, 특히 미국 ICT 기업의 움직임에 국내 기업들도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미국 ICT 기업의 M&A 특징 및 동향’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ICT 기업들도 글로벌 ICT 기업들의 M&A 동향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KISDI는 “변화주기가 짧고 경쟁이 치열한 ICT 시장의 경우 국가간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만큼 국내 기업이 M&A 대상이 될 수 있다”며 “M&A가 주로 진행되는 분야에 대한 파악은 새로운 사업기회 및 투자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산업과 달리 ICT 시장에서는 유독 비합리적으로 보이거나 지나치다 싶을 만한 MA&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메신저 회사 왓츠앱을 19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왓츠앱은 5년차 신생기업으로 매출 1000만달러에 종업원 100명이 안되는 기업이었다. 이밖에 애플의 비츠 인수(3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카이프 인수(85억달러) 등 주요 ICT 기업들의 과감한 거래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인수되는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 주요 ICT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써가며 M&A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이지만 1980년대 말 IBM이 운영체제 분야의 작은 협력사에 불과했던 MS를 인수했다면 소프트웨어 부문의 막강한 경쟁자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KISDI는 “유망한 신생기업을 인수하지 못한 채 자신의 경쟁자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는 없다”고 설명했다.
PwC에 따르면 지난 5년(2010~2014)간 미국 ICT 산업에서 거래규모 10억달러 이상을 의미하는 메가딜(Megadeal)은 총 131건이 발생했다. 메가딜 총규모는 3880억달러로 추산된다. 가장 많은 MA& 유형은 역량 확대로 40.1%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구체적인 상품이 없고 아이디어만 있는 상태의 창업 초기기업을 재능인수하는 경향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에는 시제품 개발부터 본격적 시장진출전까지 받는 투자까지 유치한 기업이 주된 인수대상이었다. 하지만 2014년에는 시드 단계의 기업이 주요 인수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KISDI는 “인수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보면 투자한 참여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는 초기기업일수록 낮은 비용으로 인력들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능인수를 활발히 하는 대표적 기업들은 구글, 야후, 페이스북 등이다. 특히 구글은 재능인수를 통해 영입한 인력 유지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타임지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M&A를 통해 2006년부터 2014년까지 221명의 인재를 확보했다. 이는 이 기간 동안 구글에 인수된 기업의 창업가 및 엔지니어의 3분의 2 정도가 구글에 합류했음을 의미한다. 아마존이나 MS 등의 인력유지율인 55%, 45%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다.
KISDI는 “ICT 산업에서의 메가딜이 가치평가에 비해 거품이 존재한다거나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 등의 비난도 존재하고 M&A가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 이러한 M&A가 꾸준히 발생하는 그만큼 기술 및 시장의 변화 주기가 짧고 경쟁이 치열한 ICT 시장에서 소수인원으로 시작한 기업일지라도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장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KISDI는 “특히 미국 ICT 기업들의 M&A 동향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과 관련이 높다”며 “국내 기업이 M&A 대상이 될수 있고 새로운 시장에 대한 투자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M&A 움직임을 파악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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