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방통위 규제권위·정책신뢰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권위와 신뢰도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합의제를 통해 운영되는 조직이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조직개편 이후 특정 사업자 집단에 편향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가 하면 규제 대상인 통신사들은 방통위의 반복되는 규제에도 위법행위를 멈추지 않는 것은 물론, 법적인 항의를 통해 규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최근 방통위가 발표한 7대 정책과제는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한 대부분으로부터 공분을 샀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하던 광고총량제 도입을 비롯해 다채널서비스(MMS) 및 중간광고 도입 등도 고려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구제척인 정책과제, 실행계획이 동반돼야 한다”며 오히려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유료방송사들을 비롯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방통위가 지상파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편향적 정책에 우려감을 표시했다.
또한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미 통신용도로 결정한 700MHz 주파수 40MHz폭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발언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재난통신망에 700MHz가 할당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700MHz 주파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지상파를 대변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원칙 없는 이동통신사 보조금 규제가 도마에 올랐다. 사상최대 보조금에 사상최고의 위반율을 기록했지만 시장상황, 유통점 피해 등을 고려해 영업정지 처분은 내리지 않기로 했다. 현실을 고려한 조치로 볼 수도 있지만 수년간 다람쥐 쳇바퀴 돌듯 시장조사, 과징금, 영업정지만 반복해온 방통위의 보조금 규제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결정이었다.
특히, 보조금 시장조사와 관련, 최근 LG유플러스가 행정심판을 제기해 영업정지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는데 성공하면서 방통위의 시장조사에 대한 신뢰도도 도전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방통위로부터 14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변호인들을 통해 방통위 시장조사가 통계학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강하게 지적했고 결국 영업정지 기간을 줄일 수 있었다.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을 줄이자 최근 시장조사 결과 발표에서 시장주도사업자로 평가된 SK텔레콤도 조사기간에 문제를 삼는 등 방통위 조사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시장조사가 영업정지, 과징금 등 징계를 위한 기초적인 자료가 되는 것도 있지만 조속한 시장안정화가 우선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방통위의 정책의지가 수학적 통계, 사업자의 꼬투리 잡기에 발목이 잡힌 꼴이다.
정책의 의지는 좋았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시장 안정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방통위원들 스스로 “보조금 정책은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또한 24일 법원은 종합편성채널 4사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방통위는 콘텐츠 투자계획과 재방송 비율 등을 지키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종편에 총 1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종편들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원고 손을 들어줬다.
허가부터 재승인까지 종편특혜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통위다. 하지만 종편들은 방통위의 최소한의 징계에도 불복했고, 결국 승리했다. 또 한 번 방통위의 규제권위가 무너지는 대목이다.
규제기관으로서의 권위도 떨어졌고 방통위 정책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신뢰를 받는 방송통신 실현’이라는 3기 방통위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어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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