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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배달 앱 수수료 논란

심재석

“아마존이 출판 산업에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미래가 출판 산업에 나타난 것이지요”

브래드 스톤의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라는 저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창업자 마크 베조스는 작가들과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즐겨했다고 한다.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 주인들의 생계가 무너지고, 아마존 전자책 때문에 전통의 오프라인 출판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됐는데, 이런 사회문제에 대한 베조스의 대답이라고 한다.

‘미래가 나타났다’는 의미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당시 웹과 IT의 발전으로 아마존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무언가가 등장했을 가능성은 높다. 그것이 ‘미시시피’일 수도 ‘나일’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편하게 책을 구매해 읽고 싶은 독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면 누구라도 만들어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아직은 신생 기업의 티를 채 벗지 못한 회사들이지만, 배달 음식점 업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배달 앱에서 모바일 결제를 할 때 받는 수수료가 발단이 됐다. 치킨, 중화요리, 야식 등 일반 배달 음식점에서는 건당 매출의 30% 정도가 이익으로 남는다고 한다. 그런데 배달 앱들의 수수료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매출의 약 10~ 20% 정도를 받고 있다. 수익의 30%~60%를 수수료로 내야할 판이다. 배달 음식점 업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갈취 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배달 앱에 대한 비난으로 음식점 업주들이 봉착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배달 음식점 시장에 미래가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점 업주들이 아무리 배달 앱을 비난해도 배달 앱이 소비자들에게 주는 가치는 줄지 않는다. 배달 앱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음식점을 살펴보고 몇 번만 클릭하면 결제까지 가능하다. 음식을 받고 계산을 위해 낯선 사람에게 문을 오랫동안 열 필요도 없다. 이미 결제까지 끝났기 때문에 문틈으로 음식을 받기만 하면 된다.

출판업계가 아마존을 아무리 비난 했어도 아마존은 승승장구했듯 미래는 종이 전단지가 아니라 배달 앱의 편에 있다. 소비자 편의성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점들이 이 미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미래에 잘 대처하는 음식점은 훨씬 더 규모가 커질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음식점은 사라질 것이다. 동네 책방, 동네 꽃집 등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과거를 붙들고 미래에 대처하지 못해 사라졌다. 미래는 자비롭지 않다.

음식점 업체들이 더욱 두려워 해야 할 것은 독점이다. 다행히 현재까지는 배달 앱 시장이 3파전 구도로 형성돼 있다. 독점만 아니라면 수수료는 시장논리에 따라 인하되게 마련이다. 벌써 배달통이 수수료를 인하하며 시장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고, 배달의민족도 인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시장이 특정 업체의 독점적 시장이 된다면 배달 음식점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배달 음식점 앞에 미래가 도래했다. 미래의 힘은 소비자의 편의성에서 나온다. 미래를 거스르려 하지 말고, 특정 배달 앱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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