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불붙은 제습기 시장, 생존법칙은?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제습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국내 제습기 시장 규모는 지난 2009년 112억원, 2012년 1529억원, 2013년 3500억원으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하지만 관련 업체도 다양해졌다. 같은 기간 동안 10여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0여개 업체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 저가 중국산을 들여와 판매하는 업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쉽게 말해 가격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제습기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위닉스는 5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저가 모델(10%)의 공세를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제습기 시장에 신규로 진출하는 업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제습기 자체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가 높고 먼저 진입한 업체보다 마진을 적게 가져가는 방법을 택한다면 충분히 판매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특히 오픈마켓을 중심으로 한 유통망 확대가 예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다양해지고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것 자체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부작용이다. 저가 제습기가 범람하게 되면 애프터서비스(AS)와 전반적인 품질에 의구심을 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로 급속한 시장 확대를 거치고 있는 블랙박스의 경우 AS와 안정성 등의 이슈로 홍역을 앓고 있다.
이는 제습기 업계에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신규 업체 참가를 막을 명분도 없다. 결국 차별화만이 가장 확실한 생존전략이다. 그래서 적용한 것이 인버터다. ‘인버터’는 인버터 소자를 이용해 전기에너지의 양이나 전원 주파수를 변경해 속도와 토크를 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상황에 따라 에너지를 적절히 조절해 전력소비량은 물론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특징. 제습기에 적용할 경우 전기료를 최대한 절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제습기는 냉장고, 에어컨과 비교해 전력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작다. 인버터 제습기와 인버터가 없는 제습기의 연간 전기료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제품가격 차이는 10만원 정도 난다. 차액을 상쇄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을 때 인버터 제습기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겠지만 주류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는 복합형이다. 제습기는 그 자체로 공기청정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프리필터 외에 헤파필터, 기능성필터 등을 덧붙이면 된다. 미세먼지, 황사 등의 이슈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충분히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 여기에 제습기와 에어워셔를 결합하는 방법도 있다. 두 가지 생활가전을 따로따로 구입해야 하지만 하나로 합칠 경우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제습기는 올해 200만대 이상, 8000억원 규모로 성장이 점쳐진다. 이런 추세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에는 대기업을 비롯해 몇몇 중소업체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제습기 시장에서 충분한 체력을 비축한 다음 다른 분야로의 진출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분수령은 올해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비슷한 사업군을 구축하고 있는 쿠쿠전자, 리홈쿠첸, 위닉스, 코웨이, 위니아만도, 동양매직, 보국전자 등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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