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부임 초기 혁신의 전도사로 조직원에게 희망을 심어줬던 이석채 KT 회장이 끝내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의 강도높은 압수수색, 뚜렷한 정황은 없지만 청와대발 외풍이 결국 이석채 회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5년전 사퇴 압력에 거부하다가 결국 불명예 퇴진한 남중수 전 KT 사장의 전철을 밟는 모양새다.
◆이석채 회장 3일 전격 사의 표명…검찰 수사 부담 느낀 듯=이석채 회장은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는 등 주변을 둘러싼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됐다. 참여연대가 배임 혐의로 고발한 이후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은 예정된 아프리카 르완다 출장을 강행하는 등 검찰 수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이 발표되던 날 또 한 번의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이 회장에 대한 압박은 점점 강도가 높아졌다.
2일 귀국한 이 회장은 결국 하루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르완다에서 \"세상에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거대 쓰나미를 어찌 돌파하겠느냐. 주어진 시간동안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도 말해 거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고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본인을 둘러싼 의혹은 철저히 부인했다. 사퇴의 변으로 임직원들의 고통을 들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을 예로 들었다.
◆반복되는 CEO 리스크…선장잃은 직원들 한숨만=이 회장의 이메일을 받아든 임직원들의 모습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검찰의 압수수색, 무성한 청와대발 인사 소문에 시간의 문제일 뿐 이 회장이 물러날 가능성은 점점 높아져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5년전 남중수 전 KT 사장때 나타났던 사퇴압박, 거부, 검찰조사, 대표교체라는 패턴이 유사하게 반복되면서 직원들의 마음은 착찹할 수 밖에 없다. 주인 없는 회사라 때마다 반복되는 CEO 리스크 때문에 회사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도 나타나고 있다.
KT 한 직원은 \"안타깝고 참담하다. CEO가 갑자기 사퇴의사를 표명하니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지에 신경이 쓰인다\"며 \"CEO 리스크때문에 사업이나 회사 정체성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임원들의 경우 이석채 회장이 연내 임원 수를 20%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CEO 리스크에 본인들의 거취에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KT 한 임원은 \"KT는 공기업이 아닌 통신사로 힘들게 경쟁하는 회사\"라며 \"이러한 일들은 회사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