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삼성SDS의 파격… 결국 ‘글로벌 ICT 공략’이 해법
국내 IT서비스업계 1위인 삼성SDS가 오는 7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 공공IT사업을 크게 축소한다. 사실상 ‘사업 철수’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아직 삼성SDS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ICT 시장으로 가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삼성SDS가 앞으로 모든 대외 SI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삼성그룹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는 모든 상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단계이고 최소한 적자나는 사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분명하다”는 전언이다.
한편으론 삼성SDS의 이번 사업 전략 및 조직 개편 소식은 국내 IT서비스 시장 구도를 단숨에 뒤흔들만한 폭발력을 지녔다. 당장 경쟁사인 SK C&C의 주가가 이날 삼성SDS의 금융 IT시장 철수 소식이 알려지자 단숨해 3%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삼성SDS의 선택, 왜 파격인가 = 그동안 IT서비스업계에서는 삼성SDS를 포함한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SW산업진흥법의 영향으로, 올해부터 공공 IT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형사들이 결국 손실을 보전하기위해 위장 계열사들을 이용하거나 상호출자제한에 걸리지 않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금융, 제조 등 비 공공부문 IT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정책의 ‘풍선효과’를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예상은 이번 삼성SDS의 결정으로 완전히 빗나갔다. 삼성SDS는 오히려 국내 SI의 역량을 해외 ICT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IT서비스 1위 업체인 삼성SDS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ICT 시장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측면, 그리고 이를통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내 IT시장의 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 역할을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받아할 부분이다.
한편 국내 금융 SI시장을 따로 놓고 분석해 보면, 삼성SDS는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SM(시스템관리) 매출외에 일반적인 대외 경쟁 SI부문에서 월등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지는 않았다.
이는 삼성SDS의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IT를 맡기지 않으려는 경쟁사들의 방어논리가 어느 정도 작용한 측면도 크다.
대외 금융SI시장의 경우, 지난 5~6년간 삼성SDS는 LG CNS, SK C&C 등과 차세대시스템 시장을 3분해왔다.
다만 최근 1~2년 사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시장이 어느 정도 일단락됨에 따라 삼성SDS로서는 금융SI 시장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모색해야할 시점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한해 2조원(자본예산 기준)이 넘는 시장규모로 평가받는 국내 금융 IT시장에서 발을 빼기란 쉽지 않은 결정임은 분명하다.
한편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은 연간 평균 1100억~1400억원 정도의 IT예산을 편성한다. 이는 국내 2금융권 동종업계에서는 톱 클래스 수준이다. 이번 결정으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논란도 불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체질변화하는 삼성SDS…업계의 평가는?= 사실 이번 ‘금융IT 시장 철수’ 소식이 공론화되기 훨씬 이전부터 IT서비스업계 및 협력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SDS가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분명히 뭔가 달라진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예를 들면, 적자나는 금융 SI사업은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무리 수익이 좋은 사업이라도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투명경영 기조가 정착된 측면도 있지만 통상의 SI업체 관행상 분명히 차별화된 행보로 해석됐다.
실제로 올해 초에도 삼성SDS는 경남은행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수익성이 맞지않아 결국 포기했다. 현실적으로 IT업체가 국내 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포기하기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확실한 방향성을 가지지 않는 한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이 때문에 IT서비스업계는 삼성SDS가 금융IT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측면보다는 오히려 글로벌 ICT시장의 역량을 대폭 강화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시장 볼륨 자체는 크지만 차세대시스템 특수가 끝나버려 당분간 정체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국내 금융IT시장, 그리고 진입 자체가 제한된 공공 IT시장에서 과감하게 미련을 버리고 한 발 먼저 글로벌 ICT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는 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새정부 출범이후 거세지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대한 부응 등도 이번 결정에 고려됐을 수 있다. 결국 여러 정황을 종합해본다면, 삼성SDS는 제 갈길을 가기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5년내 해외매출 60%목표 “기존 전략으로 쉽지않아” = 삼성SDS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에 비교해 22% 정도 성장한 약 7조5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또 5년안에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60%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해외 시장 비중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SDS가 글로벌 ICT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국내 SI시장 중심의 매출 포트폴리오로는 달성이 쉽지 않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외 ICT시장을 뚫어야만 달성이 가능한 수치다.
글로벌 대형 IT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외형의 확대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IT융합사업과 물류, 헬스케어 등 신사업 확대도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물론 해외 ICT사업의 매출 증대 못지않게 수익성도 동시에 중요하다. 이 역시 SW 경쟁력이 없으면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SW인재 육성, 인문학 중심의 IT융합형 인재 육성을 서두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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