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애플의 공격에 이어 삼성전자의 공격도 무위로 돌아갔다. 서로의 주장을 법정에서 제대로 따지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조기 수습 가능성은 매우 낮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애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금지 가처분에 실패했다.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신청한 애플 ‘아이폰4S’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프랑스에 아이폰4S가 3세대(3G) 이동통신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통신표준에 관한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프랑스에서 문제를 삼은 특허는 ▲전송할 데이터 형식을 안전하게 미리 알려주는 기술 ▲데이터 전송 에러가 발생할 경우 데이터를 복원하는 기술 등이다.
애플은 아이폰4S에 퀄컴 통신칩을 사용했고 퀄컴과 삼성전자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고 있어 특허 침해가 아니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삼성전자는 네덜란드와 프랑스 외에도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에 판매금지 신청을 제기했다. 주로 통신 표준특허다. 표준 특허는 판매금지 가처분 승인까지 이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이번 결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가능한 모든 법적조치를 통해 애플의 주장이 근거 없음을 밝히겠다”라고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애플 제품 판매금지 신청이 네덜란드에 이어 프랑스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판매금지 대결은 무승부다. 호주는 삼성전자의 가처분 신청을 본안에 병합했다.
애플의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 신청은 초반 심리에서는 우세했으나 호주에서는 판결이 뒤집혔고 미국에서는 기각 당했다. 가처분이 통과된 독일과 네덜란드는 각각 디자인 변경과 회피기술 적용으로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양사는 본안 소송으로 맞서게 됐다. 통상 특허전은 최종 판결까지 가지 않는다. 어느 한 쪽이 불리해지면 합의가 이뤄진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결은 서로의 판매금지 신청이 비기면서 한 치 앞을 모르게 됐다. 양사 모두 본안에 승부를 걸어볼만한 상황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 최지성 대표, 무선사업부장 신종균 사장 등 수뇌부 역시 “합의는 없다”라며 강공을 펼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한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애플 특허회피 기술 적용 및 디자인 변경에 우선 치중할 전망이다. 공격을 위해서는 표준특허 외에 멀티미디어 등 다른 기술 특허를 추가하는 일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기존 특허의 고유성을 강화하기 위해 논리를 보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독일에서 디자인을 변경한 삼성전자의 태블릿 ‘갤럭시탭 10.1N’도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삼성전자 통신 기술 무단 사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술 제휴 방법 또는 로열티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을 취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