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안팎으로 이중고…“얼굴 없는데 말발 먹힐 리가”
[IT전문 미디어 블로그=딜라이트닷넷]
최근 게임산업이 안팎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오는 2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셧다운이 게임업계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네요.
그런 가운데 게임산업협회장 후보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두고 이중고, 내우외환(內憂外患)이라고 하나요. 오는 5월은 돼야 인선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게 협회 측 설명입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후보를 추천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중에는 총회를 열기 힘들다. 지금은 오는 20일 법사위 청소년보호법 의사일정에 집중하고 있다. 이달 안으로 후보정도는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적임자가 나타나서 협회장을 자청해도 다음 달에 가서야 인선이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다음 달에도 후보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때문에 5월이 돼도 협회장 인선은 불투명합니다.
게임업계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여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네요. 더 급하게 꺼야 할 불이 있기 때문입니다. 셧다운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온라인게임은 강제적 셧다운을 적용하는 것으로 여성가족부와 합의를 했습니다. 모바일게임은 2년 유예 뒤 영향평가를 거쳐 규제여부를 결정하는 것까지 합의를 봤다고 하네요.
현재 두 부처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2년 뒤 평가 절차를 어느 법에 담아낼 것인가 입니다. 물론 문화부는 게임법에, 여성부는 청소년보호법에 담으려는 중입니다. 이 부분은 최종적으로 법사위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화부 이기정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과몰입 조치를 위한 본인인증과 연령확인 등의 절차를 게임법에 담게 돼 있으니 2년 후 평가절차도 게임법에 담는 것이 맞다”며 “전문가들도 법체계상 그게 맞다고 얘기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규제를 받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규제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중규제가 자명하다. 규제 합리화가 어렵다면 최소한 규제 일원화라도 돼야 한다. 지금 문화부와 여성부 합의하는 것에 업계 의견은 실종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업계 목소리가 한데 모아져야 하는데, 뿔뿔이 흩어져 있다는 것이죠.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불만을 토로하다 혹여나 괘씸죄에 걸릴까봐 기사에 익명을 요구합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여타 관계자들도 직언을 못하고 에둘러 말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런 상황에서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얼굴인 협회장마저 없는데 정부에게 업계의 말발이 먹힐 리가 만무하겠죠.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온라인게임 강제적 셧다운에 합의한 이상, 이런 얘기를 꺼내기에는 한참 늦었습니다.
최근 게임문화재단이 게임과몰입 전문상담 치료센터 공모를 끝냈습니다. 최종적으로 4곳의 기관이 신청했네요. 이중 1곳을 선정, 서울‧경기 지역에 치료센터를 개설하고 시범운영할 계획입니다. 이후 지방에도 치료센터를 설치하는 등 사업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올 상반기까지 게임문화재단은 업계 85억원과 여타 기부를 포함해 약 90억원의 기금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재단이 업계 등과 약정을 맺고 오는 6월말까지 기금을 받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기부이기 때문에 모금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기금 확보가 잘 될까하는 일각의 우려가 있네요. 게임문화재단은 현재 확보하고 있는 기금 규모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만약 6월말까지 기금 확보가 완료되지 않는다면, 그 화살은 업계로 향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 자율적 규제가 없으니 강제라도 규제를 하겠다고 나선 정부에게 업계는 할 말이 없게 됩니다.
이래저래 지금 게임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봄바람도 시리게 느껴질 테지요.
안타까운 것은 업계가 힘들다 목소리만 낼 뿐, 움직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중소업체는 큰 업체가 나서기를 바라고, 대형 업체는 화살이 자기에게 돌아올까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개별 업체가 정부 등에 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지만, 말 그대로 따로 움직이고 있네요.
업계 말대로 지금 사태의 원인이 여성가족부가 예산 확보를 위해 게임을 걸고넘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마음이 편해질까요. 일이 이렇게까지 진척된 상황에서 누굴 탓해봐야 답은 안 나옵니다. 결국 게임업계가 나서야 해결될 문제입니다.
[이대호기자 블로그=게임 그리고 소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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