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전쟁④] SKT 김후종 원장, “통신사 자체 플랫폼, 사용자 선택 확대 차원”
- 통신사 새로운 장벽 정책 ‘어불성설’…애플·구글 플랫폼 독점, 바람직하지 않아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한 가지 영역에서만 잘해도 되는 시대는 끝났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가 ICT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다. 이 안에는 하드웨어, OS 커널, 단말 OS,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 등이 속한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이후 플랫폼 파워가 확산됐다. 플랫폼 사업자의 정책에 따라 하드웨어 제조사, 콘텐츠 개발사는 물론 통신사업자까지 판도가 변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LG전자 스마트폰이 아니라 안드로이드폰의 하나며, KT 가입자가 아니라 아이폰 사용자다. 이에 <디지털데일리>에서는 ‘모바일 시대 플랫폼 사업자가 살아남는다’라는 주제로 국내 업체의 대응을 조명해본다.<편집자주>
“통신사가 자체 모바일 플랫폼을 추진하는 것은 애플과 구글의 독점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경쟁이 있어야 사용자가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편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통신사가 새로운 닫힌 시장(walled garden)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SK텔레콤 김후종 서비스기술원장<사진>은 SK텔레콤이 추진하는 전 세계 통신사 연합 모바일 플랫폼 정책을 이렇게 설명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구체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은 ‘리모’ 운영체제(OS)를 전 세계 통신사 단일 플랫폼으로 이용하자고 보다폰, 텔레포니카, 버라이즌, 오렌지, NTT도코모 등 6개 이동통신 회원사에 제안한 상태다. 리모 이사회 소속 6개 이동통신 회원사의 가입자는 투자그룹까지 포함할 경우 작년 말 기준 19억5000만명에 달한다. 단말기 수급을 위한 규모의 경제는 물론 거대 애플리케이션 단일 시장이 형성된다. 리모는 리눅스 기반 OS로 소스가 공개돼 있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김 원장은 “해당 통신사들과 계속 컨퍼런스콜을 하고 있으며 테스크포스(TF) 등을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라며 “빠르면 내년 4분기 초반에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단말기는 삼성전자가 만들 예정이지만 리모 자체가 오픈 소스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들이 참여할 여지도 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이동통신업계는 글로벌 통합 앱 도매 장터 WAC도 추진하고 있다. WAC는 웹 표준 소스 등을 활용해 모바일 플랫폼 종류와 상관없이 앱을 올리고 내려 받을 수 있는 마켓이다. 리모와 WAC 도입 계획 등은 내년 2월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김 원장은 “애플과 구글이 현재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과 앱 마켓이 만들어진다면 시기는 언제 도입하든 충분히 승산이 있다”라며 “한국형 통합 도매 장터(K-WAC)는 내년 5월 상용화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서비스기술원은 단말기 관련 정책과 연구를 하는 조직. 김 원장은 내년 단말기 트렌드는 올해 보다 커진 화면과 각 기기 사이의 편리한 연결 기술 등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감성과 결합된 사용자환경(UI)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원장은 “좀 더 큰 화면, 듀얼 코어, 메모리 등 하드웨어적인 이슈 외에도 패드 시장과 같이 서로 다른 기기간의 연결을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심플 싱크’ 같은 기술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고성능 하드웨어 능력을 활용한 단순한 터치가 아닌 3D와 같은 감성을 자극할 수 UI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SK텔레콤의 플랫폼 사업자로 변화도 더욱 속도를 낸다. SK텔레콤은 지난 3일 ‘T API센터’를 열고 T맵, 위치정보서비스(LBS), 메시징 등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을 공개했다. 내년 1분기까지 멜론, 커머스, 심플 싱크, T스토어의 API도 추가로 제공한다. SKAF의 실패를 계기로 개발자와 사용자 등과의 소통도 강화한다.
김 원장은 “SKAF는 크로스 플랫폼을 염두한 시도였지만 시장의 오해와 윈도모바일의 급격한 쇠퇴 때문에 적절치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우리도 접었다”라며 “WAC와 같은 공개된 기술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장 등을 만들어 파트너와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플랫폼 전략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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