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모바일20년, 삶을 말하다④] 세계 첫 CDMA상용화, 열매는 달콤했다

채수웅
2부‘IT코리아 신화’의 숨은 주역, 모바일

① ‘모바일’과 IT산업의 성장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으로, 1980년대 우리나라는 일찌기 경험해보지 못했던 민주화의 시대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은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문화적측면에서 커다란 터닝포인트였다.
 
전쟁의 폐허속에서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 올림픽을 연다는 사실에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온 국민이 올림픽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기대에 젖었다.

민주화에 따라 새로운 시대, 새로운 방식의 소통의 문화가 알게 모르게 태동했으며, 또한 올림픽을 계기고 '세계화'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과 열망도 함께 커졌다.

그런 시점에서, 휴대전화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우리 나라의 모바일 산업이 본격적으로 태동했다는 것은 기막힌 '역사와의 랑데뷰'가 아닐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88년 7월 1일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은 미국 AT&T사가 운용에 성공한 아나로그(AMPS: Advanced Mobile Phone Service) 방식의 이동전화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이동통신 서비스는 그야 말로 특정 소수를 위한 사치스러운 서비스에 불과했다. 우리의 국민생활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물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4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을 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또한 삼성이나 LG와 같은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동통신 서비스가 출현하기 전인 1988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개발 도상국가였다.

하지만 이동통신 서비스는 우리나라를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정보 강국으로 탈바꿈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1988년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규모는 607억달러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휴대폰 단일 품목의 수출규모가 한해 186억달러(2007년)을 기록할 만큼, 이동통신 산업은 휴대폰 등 국내 IT산업 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통신부문의 성장 배경에는 통신 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기폭제가 됐던 것이 1996년 세계 최초의 CDMA 기술 상용화이다. 10여년간 통신시장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됐다. 투자의 과실은 달콤했다. 이를 통해 국내 이통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은 물론, 휴대폰, 콘텐츠, 네트워크 장비 등 연관 산업으로의 긍정적 파생효과를 유발시켰다.

정보통신산업 매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말 기준으로 248조101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는 1998년과 비교해 무려 94배가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상 GDP의 비중이 6.2배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가히 폭발적인 성장이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개화는 무엇보다 국내 휴대폰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있어 남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초창기에는 미국 모토로라, 영국 테크노폰 등 외국산 단말기가 독점했었다.

하지만 1991년 당시 삼성, 금성, 현대 등 국내 제조업체들이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고 CDMA 상용화를 거치면서 대한민국 휴대폰 신화도 시작됐다.   

지금은 전세계 이동전화 시장의 30% 가까이를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단말 제조업체가 점유할 정도로 세계적인 휴대전화 강국으로 거듭난 것이다. 과거 우리가 소니(Sony)의 워크맨에 열광했듯이 세계인은 삼성, LG의 휴대폰에 열광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우리 나라 휴대폰 업체들이 시장의 수성에 나서는 입장이고, 더구나 애플폰과 같은 신개념의 경쟁제품들이 쏟아지고 있어 시장을 지켜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이 같은 성과를 이뤄내기까지는 국내에서의 학습효과가 컸다.

이동통신 서비스 20년이 지난 지금, 전체 인구의 90%가 휴대폰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급성장한 내수시장은 급성장했다.

이를 발판으로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고, 결국 이같은 노하우를 자산으로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끊임없는 경쟁이 결과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제품을 낳은 것이다.

한편 이동통신 서비스의 탄생과 성장의 파급효과는 비단 휴대폰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통 서비스의 출현으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모바일 게임, 디지털음원, M-커머스 등 새로운 서비스의 탄생으로 기업들의 사업 확대와 수익창출 기회가 늘어났다.

그 결과, 1998년부터 2006년 동안 통신업체에 의해 제공된 벨소리, 캐릭터, 모바일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 매출은 연평균 59.6%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6년 콘텐츠 매출은 무려 3조7320억원에 달한다.

또한 CDMA 도입으로 기지국장비 등 관련 시스템과 단말기의 독자개발이 이뤄졌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요확산은 정보통신기기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은 단말기, 네트워크 등의 산업 효과보다는 구축된 망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 등 연관 서비스의 성장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모바일은 분명 유비쿼터스 시대의 중심축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바일 분야에서 우리 보다 한 수 아래였던 외국의 경쟁자들이 무서운 기세로 협공을 하고 있다.

모바일산업에서 축적한 지금까지의 빛나는 업적을 앞으로 어떻게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채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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