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한국, AI 도입 준비된 나라”…밴티크 CEO가 주목한 이유

이안나 기자
마티 스프린젠(Marty Sprinzen) 밴티크 CEO
마티 스프린젠(Marty Sprinzen) 밴티크 CEO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인공지능(AI)을 효과적으로 도입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도태될 것입니다.”

글로벌 기술 환경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AI는 단순한 혁신 도구를 넘어 산업과 사회의 ‘기본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AI 전문 기업 밴티크(Vantiq)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시간 AI’ 기술을 중심으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마티 스프린젠(Marty Sprinzen) 밴티크 CEO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디지털데일리>와 만나 AI를 생존의 문제로 정의하며 “기업이 인터넷 없이 운영될 수 없듯, AI 없이 운영되는 조직도 곧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대부분 기업이 그 가치와 영향을 예측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모든 기업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AI 역시 같은 경로를 따를 것이며, 늦게 도입할수록 경쟁력에서 점점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중심’에서 ‘현실 속도’로…AI 패러다임 전환=스프린젠 CEO는 밴티크 핵심 전략을 ‘현실의 속도’라는 개념으로 요약했다. 그는 “기존 컴퓨팅이 데이터베이스 중심으로 정적인 분석을 했다면, 이제는 AI가 실시간으로 외부 데이터를 받아들여 상황을 분석하고, 곧바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동적인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밴티크는 이런 실시간 AI 시스템을 통해 재난 대응, 스마트시티 운영, 교통 통제, 제조공정 자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프린젠 CEO는 “우리가 겪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는 실시간 대응 시스템이 부족해 발생한다”며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화재, LA 산불 등 사고도 결국 실시간 분석과 대응 기술이 부족했던 탓이며, 이제는 센서와 AI를 통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와의 협업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밴티크는 일본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 ‘디-레질리오(D-Resilio)’ 개발에 참여했다. 시스템은 홍수 센서, 구조대 위치, SNS 반응 등 다양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통합 분석한 뒤, 신속한 대응을 유도한다. 학교 보안 시스템에서는 총기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출입문을 폐쇄하고 경비를 호출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왜 꼭 실시간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스프린젠 CEO는 “이미 세상은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실시간 시스템 철학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풀어냈다. 그는 “냉장고, 에어컨, 조명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 시스템은 내부적으로 이미 실시간으로 작동한다”며 “문제는 이런 기계 수준 실시간성을 사회 시스템으로 확대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교통·식량·에너지·의료·재난 대응 등 수많은 영역에서 실시간 데이터 기반 운영이 가능해지면 사회 전체 효율성과 안전성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AI 수용력 높은 한국, 지금은 행동에 옮길 때”=밴티크는 최근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지난 22일 국내 기업 에티버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헬스케어 및 정부 프로젝트 분야에서 협력할 예정이며, 전주대학교와는 전북 지역 사회안전망 강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스프린젠 CEO는 “사회복지사들의 수고를 보완하고, 위급 상황에서 더 빠르고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프린젠 CEO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AI 도입에 있어 문화적·산업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열정적이고 문제 해결 중심 업무 문화,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회 시스템이 밴티크 기술과 잘 맞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 입소스(Ipsos) 글로벌 조사 결과도 그의 평가와 맥을 같이 한다. 세계 주요국 AI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는 AI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강한 반면, 서구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불안감을 크게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국은 AI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는 응답이 76%로, 태국(80%)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반면 AI에 대한 긴장감은 44%로, 미국(63%), 호주(69%)보다 낮았다.

AI 기술 확산에 있어 민감한 이슈 중 하나인 보안과 신뢰성에 대해서도 스프린젠 CEO는 구체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생성형 AI 환각 문제는 의료나 국방 등 분야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며 “밴티크는 여러 AI 시스템 결과를 비교해 신뢰도를 높이는 투표 기반 알고리즘에 대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보안 문제를 지적하며 “민감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지 않고, 병원이나 국방 현장 등 물리적 보안이 강화된 장소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밴티크 기술은 데이터가 랩탑, 휴대폰, 엣지 디바이스 등에서 안전하게 관리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스프린젠 CEO는 한국 시장을 향한 메시지로 “지금은 곧바로 행동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다”며 “지금 도입하지 않으면 2~3년 후에는 따라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양한 AI를 실험하고, 빠르게 실패하고, 학습하며 전진하는 조직만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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