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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게임업계 리더십 교체 1년… 성과와 과제는

문대찬 기자
넥슨 이정헌 대표.
넥슨 이정헌 대표.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지난해 게임업계가 깊은 침체에 빠진 가운데, 주요 게임사들은 리더십 교체를 단행하며 반등을 모색했다. 1년이 지난 현재는 새 수장들의 전략과 성과가 하나둘 가시화되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점차 명확해지는 모양새다.

◆‘넥슨맨’ 앞세운 넥슨, 4조 매출 금자탑

작년 4조 매출 달성을 목표로 내세운 넥슨 그룹은 작년으로 넥슨에서만 21년을 몸담은 이정헌 대표를 넥슨 재팬 대표로 선임했다. 이어 20년차 넥슨맨인 강대현 대표, 12년차 김정욱 대표를 넥슨 코리아 공동 대표로 앉혔다. 이 대표의 글로벌 리더십 하에, 두 공동대표가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기반한 신작 개발을 돌보며 도약을 위한 고삐를 재차 죈 것이다.

넥슨은 작년 특유의 라이브 오퍼레이션 역량을 앞세워 기존 서비스 게임들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동시에 대형 신작들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보폭을 넓혔다. 5월께 중국에 내놓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성공적으로 흥행시켰고, 여름 PC와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한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디센던트’로 본격적인 서구권 시장 공략 신호탄도 쏘아올렸다.

서구권 최대 게임 전시회인 ‘게임스컴’을 비롯해, 연말을 장식하는 세계적인 게임 축제 ‘더게임어워드’에 신작 ‘퍼스트버서커: 카잔’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 존재감을 뽐내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넥슨은 업계 전반의 불황 속에서도,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간 매출 4조원을 달성하며 업계 선두 사업자로서의 위치를 공고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세 대표가 올해 직면한 과제는 만만치 않다. 넥슨은 지난해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도 올해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대표의 연임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사실상 올해가 이들 리더십이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해가 될 전망이다. 넥슨은 이달말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잔을 출시하며 2025년 레이스를 시작한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 [ⓒ넷마블]
넷마블 권영식 대표. [ⓒ넷마블]

◆넷마블, 각자 대표 체제로 신작 흥행·비용 절감 모두 잡았다

넷마블은 지난해 권영식‧김병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신작 발굴을 총괄해왔던 권 대표에다, 2015년 넷마블 입사 후 전략 기획 등 경영 전반을 돌봤던 김 부사장의 리더십을 한 데 모아 기나긴 적자늪을 벗어날 탈출구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넷마블은 작년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 ‘레이븐2’ 등 대형 신작을 차례로 흥행시키며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더불어 인건비와 마케팅비를 효율화하고,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며 지급수수료도 대폭 낮췄다. 이에 작년 연간 매출은 2조6638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15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두 각자대표의 시선은 창립 최초 3조 매출 달성을 향해있다. 넷마블은 올해도 효율화 기조를 이어가는 한편, 다수의 신작 릴레이를 펼치면서 성장 동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상·하반기엔 각각 유명 IP를 기반한 ‘왕좌의게임: 킹스로드’, ‘일곱개의대죄: 오리진’ 등 AAA급 대작을 출시하며 대형 게임사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할 계획이다.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의 PC버전 출시도 연내 계획된 만큼, 사상 최대 매출 달성 여부에 기대감이 모인다.

왼쪽부터 엔씨 김택진 대표와 박병무 대표.
왼쪽부터 엔씨 김택진 대표와 박병무 대표.

◆‘소방수’ 투입한 엔씨, 출혈도 상당… 2025년은 김택진 리더십 시험대

업계 전통의 강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재작년부터 이어진 역성장 흐름을 뒤집고자 창립 최초 공동 대표 체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소방수’로 통하는 박병무 공동대표 진두지휘 아래 대규모 구조조정과 스튜디오 분사 등 고강도 체질 개선 작업이 1년 내내 이어졌다.

5000여명에 이르던 본사 인력은 약 3000명대 규모로 축소됐다. 다양한 재미를 주는 신작 발굴을 위해 그간의 중앙화되고 수직적인 조직 구조를 개편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개발 중인 신작과 AI(인공지능) 사업을 중심으로 한 4곳의 독립 스튜디오 체제 출범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출혈도 발생했다. 구조조정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로 작년 연간 매출 1조5781억원, 영업손실 1092억원으로 사상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 높은 고정비를 털어냈다는 점에서 재도약 불씨를 당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이 박 대표의 무대였다면, 대형 신작이 차례로 베일을 벗는 올해는 김택진 대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자이자 1세대 개발자 출신인 김 대표는 공동대표 체제 전환 후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왔다. ‘아이온2’, ‘택탄: 나이츠오브가즈’, ‘LLL’ 등 자체 개발작을 돌보면서도, 외부에서 ‘브레이커스’ 등 유망한 게임을 발굴하는 데 힘썼다. 해당 신작 성과에 따라 김 대표의 경영 역량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카카오게임즈 한상우 대표가 2024년 8월22일(현지시간) '게임스컴'이 열리는 독일 쾰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삿말을 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한상우 대표가 2024년 8월22일(현지시간) '게임스컴'이 열리는 독일 쾰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삿말을 하고 있다.

◆숨 고르기 마친 ‘한상우호’, 비욘드 코리아 본격화

카카오게임즈는 작년 글로벌 통으로 불리는 한상우 대표를 선임하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확장을 꾀했다. 하지만 상당수 신작이 준비 단계였고, 회사 내 산적한 과제들로 인해 그 본연의 리더십이 발휘될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글로벌 겨냥 신작들이 잇달아 출시되는 올해부터는 한 대표의 경영 역량이 본격 힘을 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 대표는 올해 벼린 신작들을 전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연착륙시키는 한편,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그간 카카오게임즈와 인연이 적었던 세계 2위 규모 게임 시장인 중국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가 짙다.

한 대표는 지난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누구보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도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은 규제 환경, 정치적 배경, 게임 라인업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아 중국 진출을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면서 “중국 판권을 추가로 확보한 게임도 있고, 자체 게임이든 서드 파티 게임이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네오위즈 중국 법인 대표, 글로벌 사업 총괄 부사장, 텐센트코리아 대표를 역임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아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게임즈의 중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임 대표 이사로 취임한 박관호 의장. [ⓒ위메이드]
신임 대표 이사로 취임한 박관호 의장. [ⓒ위메이드]

◆일선 나선 창업주, 적자 고리도 끊었다… 블록체인 사업엔 빨간불

위메이드는 작년 장현국 대표(현 넥써쓰 대표)와 10년간의 동행을 매듭짓고 ‘초심’으로 돌아갔다. 창업주 박관호 의장이 12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 회사 사업 전반을 재정비했다.

위메이드는 지난 몇 년간 매출이 꾸준히 우상향을 그렸지만 저조한 수익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에 박 의장은 불필요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사업들을 정리하거나 축소하며 몸집 줄이기에 집중했다. 동시에 본연의 정체성인 ‘게임’ 경쟁력 강화에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위메이드는 지난해 연간 매출 7120억원, 영업이익 81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7.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나란히 증권가 전망치(매출 6642억원, 영업손실 398억원)를 웃돈 수치였다.

훈풍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레전드오브이미르’는 6일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4위에 오르는 등 시장에 연착륙했다. ‘나이트크로우’가 견조한 흥행세를 유지 중인 가운데 중국 서비스를 앞둔 ‘미르M’까지 가세하면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올해 박 대표는 새로운 경영 슬로건인 ‘위 데어(We Dare)’를 발표하면서 블록체인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위 데어는 게임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에 두려움 없이 도전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오랜 기간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집중해왔지만 작년 전체 매출에서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그쳤다.

다만 최근 자사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해킹당해 90억원 규모 피해를 입으면서 운영 역량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커진 상황은 변수다. 주요 거래소들이 해킹을 당한 가상자산은 상장을 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지난해 7월 마련한 터라, 2022년에 이어 재차 상장폐지 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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