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5000억달러(한화 약 718조원) 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발표했다. 이중 핵심 파트너로서 오라클이 지목됐다. 그간 정부 대형 IT사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오라클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AI 인프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함께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미국 AI 리더십 확보와 산업 재건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향후 4년간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를 통해 수십만개 미국 내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오픈AI 발표에 따르면 스타게이트 초기 지분 투자자로 기자간담회에 참여한 3개 기업이 참여하며, 소프트뱅크가 재무적 책임을, 오픈AI가 운영 책임을 맡는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Arm 등이 주요 기술 파트너로 참여한다. 텍사스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캠퍼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오라클은 최근 몇 년간 AI 인프라 시장에서 꾸준히 입지를 다져왔다. 2023년에는 MS와 다년 계약을 체결해 빙(Bing) 대화형 검색을 위한 AI 모델 추론에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를 제공해왔다. 이 과정에서 오라클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통해 오픈AI와 간접적으로 협력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오라클과 오픈AI는 MS를 매개로 빙 검색에 필요한 AI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수준의 협력만 해왔는데,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계기로 AI 인프라 전반으로 협업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MS 역시 이날 블로그를 통해 “오픈AI가 연구 및 모델 훈련을 위해 추가 컴퓨팅 용량을 구축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가 MS 외에도 오라클과 같은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라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는 정부 사업에서 입지를 높일 전망이다. 오라클은 2019년 미 국방부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 클라우드 사업인 제다이(JEDI) 프로젝트에서 최소 요구사항 미달로 탈락한 바 있다. 당시 오라클은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이후 JEDI 사업은 2021년 취소됐다. 후속 사업인 JWCC에서는 아마존·MS·구글과 함께 계약을 수주하며 정부 사업 경쟁력을 일부 회복했지만, 오라클의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로서 입지는 여전히 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는 오라클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은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 주요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긴밀한 관계는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퇴출 위기에 처한 틱톡과 관련해 엘리슨 회장을 지목하며 “래리도 틱톡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틱톡은 중국계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가 금지되는 ‘틱톡금지법’이 연방 의회를 통과하면서 퇴출 위기에 처한 바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오라클이 클라우드공급업체(CSP) 사이에서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과 무대에 올라 주목 받았다”며 “그간 오라클이 CSP 관련 대규모 사업에서 조명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를 계기로 주요 CSP, AI 관련 기업으로서 경제가치를 크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단순한 AI 인프라 투자를 넘어 미국 기술 주권과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과 협력해 AI 인프라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이날 오라클 주가는 전일 대비 7.17% 상승한 172.57달러에 뉴욕증권거래소 거래를 마쳤다. 시간 외 거래에서는 4.5% 추가 상승하며 18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오라클이 AI시대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