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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규제 속 삼성SDI, 헝가리 가동률 조정…북미 JV 확대 기대 [소부장박대리]

배태용 기자
CLA EV. [ⓒ메르세데스 벤츠]
CLA EV. [ⓒ메르세데스 벤츠]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사업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의 배터리 공급 전략을 이어온 삼성SDI는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중저가 전기차 모델로 전환을 모색하면서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 저하 우려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의 본격 가동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2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 위한 절차를 단계적으로 밟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강화된 탄소 배출 규제를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에 평균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이어 내년에는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 신규 승용차 판매 시 평균 CO2 배출량을 93g/km 이하로 낮추는 규제를 이행한다. 올해 기준이었던 116g/km에서 대폭 강화된 수치. 또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ETS)가 강화된다. 내년부터 ETS는 모든 탄소 배출권 할당량을 경매로 전환하며, 각 제조업체는 경매를 통해 배출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유럽 내 고가의 프리미엄 전기차 중심으로 이뤄졌던 판매를 중저가 볼륨 모델 전환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내연기관 차량 판매가 점차 줄어들 것을 예상, 프리미엄⋅중저가 라인까지 전기라 판매를 확대하며 규제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BMW는 최근 2030년까지 판매 차량의 50%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며, 중저가 전기차 모델 군을 확대하는 '뉴 클래스(New Class)'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24년부터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하며, 기존의 EQ 시리즈 외에도 대중적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독일 모터쇼(IAA)에서 5만 달러 수준의 배터리 전기차 CLA EV 콘셉트카를 공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세부 사항 일부도 공개했다. CLA EV의 전비는 12kWh/100km로 높은 효율성을 목표로 고속 및 저속에서 효율성을 보장하는 2단 변속기가 탑재된다. 또 추운 날씨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터, 배터리 및 주변 공기의 열을 포착, 실내를 가열할 수 있는 공기 대 공기 히트 펌프도 사용된다.

이렇게 유럽 다수 완성차 기업이 중저가 라인 확대를 시사는 프리미엄 전기차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왔던 삼성SDI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헝가리 괴드 1공장. [ⓒ삼성SDI]
헝가리 괴드 1공장. [ⓒ삼성SDI]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을 유럽 생산 거점으로 삼고,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해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프리미엄 전기차 제조사에 공급해 왔다. 이 공장은 연간 40기가와트시(GWh)로 추정되는 생산 능력을 갖춘 배터리셀과 모듈 생산공장 2곳을 운영, 주로 고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되는 고성능 배터리를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삼성SDI는 중대형 배터리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으나 업계에 따르면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은 하락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은 90%에 수준이었으나 2분기 60%대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이어 올 하반기엔 북미에 건설된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 생산 물량이 일부 유럽으로 향하는 점 역시 헝가리 공장 가동률 저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앞서 삼성SDI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전지는 시장 수요 둔화와 그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가동률 하락으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유럽 사업 상황이 전반적으로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삼성SDI는 북미 사업에 더 집중,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본격적으로 늘어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첨단제조새액공제(AMPC)에 집중하며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스텔란티스와 함께 설립한 JV는 삼원계 배터리를 생산해 다양한 전기차 모델에 공급할 예정이다. 스텔란티스 JV는 초기 연간 23GWh 생산 능력으로 가동을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확대, 33GWh까지 올릴 계획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과 이에 따른 IRA 정책 변화가 AMPC 혜택의 지속성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텔란티스 JV는 삼성SDI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입지를 확대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유럽 및 미국 시장의 규제 변화를 주시하며, 고객 수요에 맞춘 기술 개발과 생산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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