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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문제', 은행장 연임 최대 변수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연임 가능할까

권유승 기자
이재근 KB국민은행장. ⓒKB국민은행
이재근 KB국민은행장. ⓒKB국민은행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최근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후폭풍으로 결국 낙마했다.

국내 주요 5대 은행장의 임기가 올 연말에 모두 만료되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실적'보다도 '내부통제' 문제가 은행권 CEO 연임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이번 조 행장의 낙마로 현실화된 셈이다.

이런 관점으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연임 전망도 불투명해 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KB국민은행 역시 홍콩 H지수 ELS 사태, 배임 등 각종 금융사고 관련 내부통제 문제로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실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국민은행은 공교롭게도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고꾸라졌고 리딩뱅크 경쟁에서도 밀렸다. 여기에 KB부코핀은행(현 KB뱅크) 등 해외법인 관련 부실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2년 초 취임 후 2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한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내달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최근들어 이 은행장의 연임 전망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는 기류가 감지된다.

우선 내부통제 문제가 이 은행장 연임의 장애물로 꼽힌다. 앞서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문제로 CEO 연임 교체에 나선 만큼, 은행권 수장 연임에 주요 키워드로 내부통제 문제가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금융사고가 5대 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이 기간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무려 11건에 달했다.

특히 100억원 이상 배임사고가 올해들어 국민은행에서 3건이 드러나 금융권에 충격을 던졌다. 대구 소재 한 국민은행 지점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등 111억3800만원의 가계대출에서 대출신청인의 소득이 과다 산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용인의 한 지점에선 272억원 담보대출 과정에서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과도하게 산출했으며, 앞서 안양의 한 지점에선 담보 가치를 부풀려 104억원 가량의 배임사고를 저질렀다.

골프 접대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총 7개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은행의 한 직원이 2021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여러 증권사로부터 15회 이상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해 파장이 일었다.

아울러 올해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홍콩 ELS 사태에 대한 여파도 아직까지 현재진행중이다.

국민은행은 홍콩 ELS 판매 금액이 8조원대로 시중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관련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 문제가 여전히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라 ELS 피해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행장이 최근 실적면에서도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는 점도 연임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던 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6179억원으로 8.3% 감소하며 신한은행에게 리딩뱅크 자리를 내주게 됐다.

물론 이같은 실적은 홍콩 ELS 손실 관련 대규모 충당부채 전입 등의 영향이 적지 않았지만, 국민은행이 상황을 역전시킬 만한 묘수를 크게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가 4조3953억원의 누적 순익을 기록하며 리딩금융을 수성했다는 점 역시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국민은행 입장에선 모회사와 대비되는 자존심이 구겨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볼 수도 있다. 올 3분기 국민은행이 그룹 순이익에 차지한 비중은 약 7%p 감소한 56%에 그쳤다.

해외법인 부실에 대한 지적도 지속 제기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인도네시아 법인인 부코핀은행에 3조1000억원을 투입하며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까지 약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보이며 부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부코핀은행은 2020년 이후 4년6개월간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무려 28번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도 부코핀은행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표출한 바 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다른 은행들의 상황이 모두 그렇지만은 않은데, KB 부코핀은행은 손실이 심각하다"며 꼬집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이날 "부코핀은행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며 엄정한 검사를 주문하고 나섰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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