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감장 밖 '홍콩 ELS 피해자'들의 눈물… 무성의의 극치 KB국민은행의 답변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우려 사항을 담당 임원에게 잘 전달하겠습니다."
강남채 KB국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배상 합의에 상당히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김남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이처럼 답변했다.
이날 KB국민은행의 홍콩ELS 배상 관련 국감 답변은 보기에 민망할 정도로 성의가 없었다.
김 의원은 "아직까지 홍콩 ELS와 관련해 배상 동의가 되지 않은 것이 전체 2만2000여건에 달하는데 이 중 국민은행의 몫이 1만2000건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홍콩ELS 피해자'들이 흘리고 있는 피눈물중에서 국민은행의 지분이 여전히 50%가 넘는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강 부행장이 한 말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건 전문적으로 제가 관여한 일이 아니기에 적극적으로 답변하기 송구스럽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홍콩 ELS 판매 규모가 압도적으로 가장 큰 국민은행이, 일종의 은행권 대표 자격으로 국감에 출석해 한 발언 치고는 무성의의 극치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홍콩ELS 사태가 가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했다면, 양종희 KB금융회장이나 이재근 국민은행장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이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언감생심, 그것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을까.
이날 KB국민은행이 크게 지탄받아야할 것은 국감장에서의 무성의한 답변을 넘어 본질적으로 이 사안을 보는 오만한 태도에 있다. 홍콩ELS 사태를 중점적으로 따져 물을 것이 뻔한 상황인데도, 해당 업무와 별 상관도 없는 인사를 국감장에 출석시켜 결과적으로 하나 마나한 국감이 돼 버린 것이다.
한편 이날 국감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도 홍콩ELS 피해자들을 분노케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금융감독원 차원의 노력을 통해 배상 동의를 80% 이상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했다. 80% 자율배상에 이르게 했으면 충분히 잘 수습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자평이다.
그러나 관련 기사에 누리꾼들은 "남의 돈 가져가서 반토막 내놓고 제멋대로 배상안 들이밀어 나이 많은사람들 협박해서 받아간 80%", "쥐똥만한 배상도 못 받는 줄 알고 은행에서 안내문자 보내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동의한 사람들이다"는 등의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KB국민은행은 이번 국감에서 홍콩ELS 피해자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의 모습을 보여주고, 아직 배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피해자들을 달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을 걷어차 버렸다.
마침 이날 KB금융은 올 3분기 실적를 발표했다. 홍콩ELS 피해자들의 분노를 뒤로하고 KB금융은 3분기 기준, 창립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며 자축했다.
실적발표 후 KB금융의 재무담당 임원은 "전분기 ELS 손실 보상 관련 충당부채 환입 등의 기저효과로 인해 당기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했지만, 이러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기준으로는 전분기와 유사한 실적을 유지했다"고 자평했다.
홍콩ELS 피해자들의 분노와 허탈감을 어루만져줄 어떠한 정서적 교감은 끝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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