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현장] ‘배달판 티메프 사태’ 만나플러스 비대위, 조양현 대표 검찰에 고소

왕진화 기자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 만나플러스 미정산 피해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 만나플러스 미정산 피해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배달대행서비스 업체로부터 약 6개월 동안 배달료 정산을 제때 받지 못한 라이더 및 총판장, 지사장 등 수십여명이 전국 각지에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업체 대표를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23일 만나플러스 미정산 피해자들이 모인 ‘만나플러스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만나플러스 비대위)는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배달판 티메프사태 만나플러스 조양현 대표 검찰고소 기자회견’을 열었다.

만나플러스 비대위에 따르면 관련 사태 피해자들 중 600여명이 이번 법적 대응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1차적으로 위임장 제출까지 완료한 피해자 430여명이 조양현 만나코퍼레이션 대표를 검찰에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 고발했다. 2차 고소 역시 정확하게 남은 인원이 확인 되는대로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회사 대표를 고소하게 됐을까. 국내 시장점유율 20%, 라이더 3만3000여명을 보유 중인 배달대행서비스 플랫폼 3위인 만나플러스는 만나코퍼레이션이 전개하고 있다. 이곳에선 현재 6개월 넘는 라이더 임금 미정산 사태(만나플러스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만나플러스 사태가 티메프(티몬·위메프)의 ‘미정산’이라는 키워드로 엮여 ‘배달판 티메프 사태’로도 불리는 이유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일한 라이더(배달원), 지역별 총판(배달대행업체)의 피해가 특히 크다. 최근 만나플러스 비대위가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실을 통해 알아본 결과, 만나플러스 미정산이 본격화된 올해 5월부터 라이더 산재고용보험료가 20억원 미지급됐다. 이에 비대위 측은 산재고용보험료가 라이더 배달료 건당 3.4%이기에, 피해 총금액은 6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피해 금액은 최소 190억원에서 최대 600억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정확한 금액을 본사 관계자들이 확인해주지 않아 피해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 만나플러스 미정산 피해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정윤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 이상은 만나플러스 비대위원장,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 만나플러스 미정산 피해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조정윤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 이상은 만나플러스 비대위원장,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

특히 만나플러스 사태는 플랫폼 기업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고, 오히려 배달 용역을 수행한 라이더 및 총판이 용역대금을 정산받지 못했기 때문에 임금 체불 사건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구교현 지부장은 “라이더 및 총판은 아무런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게 성격상으로는 라이더들의 임금인데, 말 그대로 ‘일한 대가’인 것이기 때문에 임금이란 사실은 명확하지만 법적으로 라이더가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정 근로자가 아니라서 임금이라고 법으로 규정받기가 어렵고, 그래서 이것이 체불이 된다 하더라도 민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총판장이나 지사장들은 어쩔 수 없이 본인들이 같이 일하던 라이더들의 정산금을 자신이 빚을 내가며 상환해 준 경우도 많다”며 “수천만 원, 수억 원의 빚을 그냥 개인이 쥐고 본사(만나플러스)가 ‘나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빚을 떠안은 케이스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만나플러스 비대위는 현재 만나플러스 측이 라이더나 총판에게 새 회사와 계약서를 쓰고 이전하면 정산금을 풀어주겠다는 비상식적인 ‘갑질’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은 만나플러스 비대위원장은 “기존 만나플러스 임원들 명의로 디시핀솔루션과 세이프M이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해 내부 분리하고, 이전 전국 만나플러스 지사들에게 기존 계약은 무시하고 미정산금을 처리해 준다는 조건으로 1년 반에서 많게는 그 이상의 약정 기간을 만드는 등 사실상의 노예 계약서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산금이 시급한 지사들 중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새 회사로 이전한 경우들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정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마지못해 새로운 계약을 작성한 지사들 역시 어처구니없게도 본사가 A부터 D까지 등급을 나눠 일부만 처리받거나 하위 등급일 경우 정산금을 막고 있으며, 계약서만 작성해 준 채 현재까지 정산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 만나플러스 미정산 피해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과 배달플랫폼 만나플러스 미정산 피해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정윤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만나플러스의 이같은 행위가 최근 티메프 사태에서 검찰 측의 법리 검토와 마찬가지로,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선불금을 지급받거나 배달 용역을 이행하게 한 경우 사기 혐의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맹점으로부터 지급받은 선불금의 경우 라이더에게 지급할 용도로 수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측이)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횡령 혐의가 성립한다고 봤다.

조 변호사는 “만나플러스 피해자들은 피고소인 조양현을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고발, 이처럼 중대한 민생 침해 범죄를 자행한 만나플러스 대표이사 조양현 및 그 관계자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배달판 티메프 만나플러스와 같은 플랫폼 미정산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나플러스 비대위 측은 고소·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제출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디지털데일리>에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만나플러스 측에서는 대놓고 회피 중이면서도 ‘일단 기다려라.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라고만 답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나플러스 창립 때부터 7~8년 간 일을 하다보니 임원들도 알고 있는데, 현재 그 임원들은 세이프M 등 신규 법인 대표로 등록돼 있는 상황이라 모르쇠로 일관하며 ‘만나플러스 측에 이야기하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주 처음으로 내용증명을 사측에 보내니 본사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는데, 우선은 ‘합의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혀왔다”며 “피해자들 중 합의할 이들이 있다면 명단 등을 정리해 보내달라고 (사측이) 요구해 온 상황이긴 한데, 실제 합의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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