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난항에 수율 문제까지…삼성 파운드리의 위기 타개안은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경쟁사의 추격과 더딘 공정 개선 속도에 따라 난항을 겪고 있다. 새롭게 시작할 3나노미터(㎚) 2세대 공정(SF3)의 첫 단추로 여겨졌던 '엑시노스 2500'에 대한 수율이 여전히 저조한 가운데, 신규 고객사 유치 소식도 잠잠하면서 위기론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개발 인력의 집중과 타 부서와의 조직적 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 파견된 인력을 일부 철수시키는 등 인력 재배치 및 조정에 나섰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파운드리사업부의 수주 활동의 성과가 저조하면서 적자가 지속될 기미가 보이자 투자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기로 한 신규 파운드리 공장 투자도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현재 짓고 있는 테일러시 공장에 대한 팹 설비 발주 등을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공사 일정 지연 등의 영향으로 내년 초로 일정을 수정한 바 있다.
고객 수주 확대를 위한 파운드리 포럼 행사도 비용이 축소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독일, 일본, 중국 등에서 개최할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FF 2024)' 행사를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오프라인 행사가 유지됐지만 이후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주력 공정인 SF3에서 수율·성능 난항을 겪는 것이 투자 지연과 비용 절감의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SF3 라인을 가동할 대규모 수주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갤럭시S25 등 내부 물량에 탑재할 '엑시노스 2500'마저 궤도에 오르지 못하며 투자를 늦추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시스템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TSMC와 경쟁해 수주를 따내려면 납품 이력 확보를 통한 신뢰성이 받쳐줘야 하는데, 이를 위한 엑시노스 2500 생산이 지연되면서 모바일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며 "GAA 공정이 비용적으로도 기존 대비 크기 때문에 속도 조절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삼성전자 내 성과·결과주의가 심화되면서 부서 간 협력이 약해진 결과라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완제품으로의 완성도보다 특정 분야를 담당하는 조직 내의 성과를 우선시하는 성향이 짙어지면서 수주 성과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난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급부상 이후 잦아진 조직개편과 인력 재배치 등이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온다.
삼성 내부 소식에 능통한 또다른 반도체 고위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사업부 내부뿐 아니라 DS부문 부서 간 이슈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고객사 대응이 가장 중요한 파운드리 사업에 있어서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공정 기술력이 중요한 메모리 시장에서 대응이 늦어지게 된 것도 이같은 내부 문제가 한몫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조직문화 혁신을 비롯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40여년 간 유지해왔던 반도체인의 신조를 개편하기 위해 이달 'DS인의 일하는 방식'에 들어갈 의견을 수렴한 것도 유사한 취지다.
지난달에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새로운 조직문화 개념인 '코어(C.O.R.E)'를 언급하며 "반도체 고유의 치열한 토론문화를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메모리·설계(시스템LSI)·생산(파운드리) 사업부 간의 명확한 분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직개편과 인사에 따라 부서 간 이동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아닌 분업화가 이뤄지는 명확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설계 간 분야 특성에 맞는 별도의 문화가 형성되는 것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특성이 다른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조직적인 분리는 분업화를 통한 효율 향상은 물론, 단기적 성과 올리기에 매몰되도록 유도하는 부서 간 비교를 줄이기 위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분사가 어렵다면 외부 출신 영입과 같은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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