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공격자에게 더 유리한 도구..."규제만이 정답 아냐"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인공지능(AI)은 사용에 따른 장점과 단점, 명암이 명확한 기술이다. 하지만 보안의 측면에선 예외다. 진보한 AI 기술은 방어자보다 공격자에게 유리할 수 있으며 AI에 대한 섣부른 규제는 방어 측 대응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곽진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구글코리아가 18일 서울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최한 '세이퍼 위드 구글(Safer with Google)' 사전 미디어 간담회에서 이 같은 시점을 공유했다.
곽 교수는 AI에 따른 보안 위협의 관점에서 3가지 측면이 중요하다고 봤다. 첫째는 AI는 독립적이지 않고 늘 무언가와 상호작용한다는 것, 둘째는 양면성, 셋째는 활용능력이다.
이런 측면에서 AI는 다양한 사이버 보안, 공격 기술과도 융합해 더 나은 퍼포먼스를 만들 잠재력이 담겨 있다. 이때 사용자가 AI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인 결과물, 혹은 부정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면성 또한 분명하다. 또한 그 결과물은 결국 사용자가 AI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가에 따라 큰 차이를 갖기도 한다.
주목할 부분은 양면성이다. 곽 교수는 "양면성이란 특징은 중간지점이 없다는 것이며 쓰는 방식에 따라 창과 방패를 오간다"고 말했다. 문제는 창이 되는 경우다.
그는 "많은 보안 전문가들이 강조하길, 공격자 입장에서 보면 AI는 자신이 잘 모르는 형태의 공격 도구, 혹은 관련된 정보들을 획득을 상당히 손쉽게 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점이 알려진 기존 AI 위협보다 더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사회적 불균형, 국가적 특성, 경제력 차이 등에 따른 AI 활용능력의 격차 발생도 잠재적 위협이란 입장이다. AI는 어디에나 접목될 수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다. 잘만 쓰면 사용자의 비전문 영역에 대한 결과물도 만들 수 있다. 만약 공격자들의 평균적인 AI 활용 능력이 방어자보다 높아지면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공격자들은 상당한 메리트를 얻게 된다. 반대로 방어자 입장에선 보안 위협이 배가될 수 있다.
곽 교수는 다양한 보안 위협 가운데서도 이런 상호작용과 양면성, 활용격차에서 비롯되는 문제와 위협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 한국, 미국, 유럽 등 정부 차원의 글로벌 트렌드는 AI에 관련 법률이나 제도 등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는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포함될 수 있지만 법 조항만으로 AI의 편향성이나 정치적 이슈 등 복잡한 문제까지 모두 해결하긴 어렵다. 게다가 사람과 달리 AI는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도출할 뿐, 스스로 악의를 갖고 움직이지 않으므로 AI를 대상으로 책임을 정의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이 된다.
이와 더불어 곽 교수는 "공격자들에게 법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방어자와 달리 공격 성공이란 하나의 목표만 갖고 움직이므로 방어자들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
반대로 법망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방어자들은 AI에 관한 규제와 통제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공격자에 대응하기 위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관점이다. 즉, 곽 교수의 시각은 AI가 그 자체로 대단히 좋은 기술이지만, 보안적 측면까지 고려할 때 활용방안 및 법·제도에 의한 통제를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과 국민적 AI 활용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 지원의 필요성이 높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곽 교수에 이어 아만다 워커(Amanda Walker) 구글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연구 개발 총괄은 구글의 보안 정책과 지향점 등을 소개했다. 구글은 AI 머신러닝을 보안에 접목한 최초의 기업이다. 지금은 안드로이드 OS, 지메일 등 전세계 모든 사용자 서비스에 기본적으로 AI 보안 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아만다 총괄도 곽 교수와 마찬가지로 "보안은 방어자의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공격자는 단 한번만 성공하면 되지만 방어자는 늘 성공해야 하는 점을 말한다. 하지만 각국의 사이버 보안을 담당할 인재는 턱없이 부족하며, 한국이 포함된 아태지역은 그 격차가 특히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구글은 모든 조직이 유능한 방어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AI를 적극 활용하겠단 입장이다. 일례로 AI 기술을 접목한 지메일은 매일 전세계 1억개의 피싱 메일을 차단하고 있으며 크롬 브라우저는 매일 50억대의 기기를 보호 중이다. 또 국내에선 2023년 한 해 동안 4000여명의 개발자, 기업체 직원, 교사 대상의 사이버보안 및 AI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아만다 총괄은 "AI 기술이 방어자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오히려 방어자의 이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며 AI 연구와 보안기술 및 교육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는 이번 행사에서 한국의 연구자들과 'AI 기반 코드 안전'을 주제로 주요 연구 프로젝트들을 공유했다.
한편, 올해 3회차를 맞이한 세이퍼 위드 구글 행사는 구글코리아가 더욱 안전한 온라인 환경을 위해 만든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의 토론장 겸 교육의 장이다. 이번 행사에는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원유재 한국정보보호학회 명예회장 등도 참여해 AI 시대 보안 기술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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