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체인저] ⑥ 삼성전자 '온 디바이스 AI' 빨랐다…애플 '후다닥'
미중 패권경쟁과 국지적 충돌로 인해 글로벌 정세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산업군 역시 그 경쟁양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반도체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공급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난제로 꼽힌다. 또한 AI를 시작으로 소부장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사까지 신규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19주년을 맞이해 산업군을 뒤바꾸는 주요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생성형 AI 스마트폰 개화기'. 올해 스마트폰 시장을 수식하는 단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터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본격 포문을 연 생성형 AI폰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83%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연초 AI폰 개화를 이끈 주역은 단연 삼성전자다. 지난 1월 삼성전자의 온디바이스 AI인 '갤럭시 AI'를 탑재한 갤럭시 S24를 선보이며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출시 후 약 4달이 흐른 현재, 삼성전자는 'AI폰' 시장을 선점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I 혁신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애플은 '반전의 6월'을 예고하고 나섰다.
갤럭시 S24, 삼성전자의 반등 이끌었다…차기작에서도 AI 기능 기대돼
갤럭시 S24 시리즈가 삼성전자의 새로운 효자템으로 부상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애플에 왕좌를 뺏긴 지 2개 분기만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6010만대로, 20.8% 점유율을 차지했다. 애플은 501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하며 점유율 17.3%를 기록했다. 애플이 매출과 출하량에서 삼성을 모두 앞섰던 지난해 4분기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작년 4분기 애플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24.7%, 삼성전자는 16.3%였다.
특히 지난해 연간 출하량에서도 애플이 삼성을 앞지르며 1위를 석권해 삼성전자의 위기가 대두되기도 했으나, 삼성전자는 연초 온디바이스 AI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의 흥행 호조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실제로 해당 시리즈의 글로벌 인기 덕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익 3조5100억원, 매출 33조530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상승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진행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차별화된 AI 기능인 갤럭시 AI로 인해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얻었다. 전작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라면서 자체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 S24 시리즈 구매자의 절반가량이 AI 기능 사용을 목적으로 단말을 구매했다. 향상된 AP 및 디스플레이 성능도 판매에 기여했으며, AI 기능 가운데는 서클 투 서치와 사진 편집 등의 생성형 AI 기능이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전작 대비 전 연령대에서 S24 판매가 늘어났으며, 특히 Z세대의 증가율이 전체 평균 대비 컸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간 애플에 밀려 1020세대의 외면을 받았던 삼성전자가 Z세대의 사로잡을 묘수로 차별화된 AI 기능에 집중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I의 첫 매개체로 삼은 갤럭시 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갤럭시 AI를 적용하는 폼팩터를 늘리는 것은 물론, 기능도 추가해 나갈 방침이다. 연내 1억 대 이상의 갤럭시 기기에 AI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의 로드맵에 따라 갤럭시 S22 시리즈, 갤럭시Z플립·폴드4, 갤럭시 탭S8 시리즈 등을 대상으로 원UI 6.1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실시간 통역, 채팅 어시스턴트, 서클투서치, 노트 어시스트, 생성형 편집 등의 갤럭시 AI 기능을 지원한다.
한편,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배터리 수명을 늘려주는 '배터리 AI' 기능이 탑재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해외 유명 IT팁스터인 판다플래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 용량을 확대하는 대신, 배터리 AI로 배터리 수명을 5~10% 늘린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 갤럭시 S24 시리즈에에 탑재하며 절치부심에 성공한 삼성전자의 자체 AP인 엑시노스 2400의 뒤를 이어 엑시노스2500이 갤럭시 S25 시리즈 일부 모델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WWDC 기대해" 애플도 AI 전략 조만간 공개
애플은 WWDC(연례개발자컨퍼런스)가 열리는 6월을 상황 반전을 위한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달 7일 '렛 루즈(Let Loose)' 행사를 통해 AI 혁신을 위한 하드웨어 진보를 드러낸 데 이어, WWDC에서 소프트웨어 측면의 변화를 소개하겠다는 계산이다.
애플은 렛 루즈 행사에서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에어 등의 신작을 공개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건 최신형 자체 개발 칩셋인 M4. 2세대 3나노미터 공정으로 제작된 M4칩은 뉴럴엔진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애플 자사 기준 가장 빠른 NPU(신경망처리장치) 연산 속도인 초당 38조 회 수준이다.
아이패드 전작에 탑재한 M2칩 대비 최대 1.5배 속도가 향상된 CPU를 탑재하고, 머신러닝(ML) 가속기를 갖춰 AI 기능을 원활하게 지원한다. 이날 발표를 통해 애플이 AI 생태계를 펼치기 위한 하드웨어적인 준비를 완료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애플은 내달 WWDC에서 M4 칩셋이 보여준 AI 연산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iOS18을 통해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WWDC를 앞두고 AI폰 반격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생성형 AI를 탑재한 음성 비서 시리(Siri)의 차세대 버전을 내달 공개한다. 기존 시리에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의 생성형 AI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가 탑재된 시리는 이전 버전 대비 사용자와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고,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오픈AI와의 협상을 마무리 짓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해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18부터 챗GPT를 사용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팀쿡 애플 CEO는 "M4칩을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를 비롯한 아이패드 라인업은 단연코 업계 최강이다"라며 "다음 달 WWDC에서 플랫폼의 미래는 논의하자"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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